보통 대선 직전에야 손님이 몰리던 유명 역술인들에게 벌써부터 정치인과 정당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유력 대권후보가 다수인데다 여당의 재보궐 선거 연패로 정계개편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을 여러 차례 맞힌 것으로 유명한 역술인 김모씨는 "한동안 뜸하던 정치인들이 일주일에 3∼4명씩 찾는데다 숫자가 늘고 있다"면서 "누가 대권을 잡을지와 여당의 경우 분당 및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국운과 개인별 관운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른 역술인도 "주로 부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여권의 경우 분당 여부와 신당 창당 시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정치인 수백명과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 역술인의 경우 주위의 시선을 우려한 정치인들의 특성을 감안해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수십만∼1백만원대 '복채'를 받고 상담해주며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역술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대선 후보가 되자 여권은 당시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유명 역술인 등을 통해 'YS 대세론'을 전파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주영 당시 국민당 후보 측은 "정도령 시대가 왔다"며 역술에 기댔고,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친의 묘를 이장한 후 3수 끝에 대권을 잡았다.
한 역술인은 "과거 대선전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5년 주기로 누리던 정치인 관련 문의가 상시 형태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