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붕어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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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건져낸 생선처럼 펄떡이는
붕어빵을 담던
사내의 손이 멈칫한다.
봉지에 담겨 숨죽이던
붕어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내의 눈길은
손에 들린,어제
밤늦도록 만든 봉지에 멎어 있다.
지는 해에 언뜻 비친
보험금과 잘린 손가락
차마 그 어려운 물음 속에,얼마 전
일터 아닌 밤바다에서 가까스로 건져 올린
제 삶을 담을 수 없었나 보다.
날은 저물고 가분재기로
골목길 쓰레기를 몰아가는 바람
잔뜩 움츠린 얼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생각에 잠겨 있던 그의 손이
문득,깨어난다.
불판을 비집고 나오는
가스 불꽃이 환하다.
-신덕룡 '붕어빵에 관하여'전문
붕어빵이 봉지에 담겨 팔리기까지의 사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붕어빵을 빚어내는 '사내'의 인생 저편에 고여 있는 어둠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극한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다시 돌아오고는 했던 삶.붕어빵은 세상과 '사내'를 연결해주는 마지막 끈일지도 모른다.
가스불을 뒤흔드는 바람.밤 늦도록 그의 귀가를 기다리는 식구들.붕어빵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붕어빵을 담던
사내의 손이 멈칫한다.
봉지에 담겨 숨죽이던
붕어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내의 눈길은
손에 들린,어제
밤늦도록 만든 봉지에 멎어 있다.
지는 해에 언뜻 비친
보험금과 잘린 손가락
차마 그 어려운 물음 속에,얼마 전
일터 아닌 밤바다에서 가까스로 건져 올린
제 삶을 담을 수 없었나 보다.
날은 저물고 가분재기로
골목길 쓰레기를 몰아가는 바람
잔뜩 움츠린 얼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생각에 잠겨 있던 그의 손이
문득,깨어난다.
불판을 비집고 나오는
가스 불꽃이 환하다.
-신덕룡 '붕어빵에 관하여'전문
붕어빵이 봉지에 담겨 팔리기까지의 사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붕어빵을 빚어내는 '사내'의 인생 저편에 고여 있는 어둠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극한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다시 돌아오고는 했던 삶.붕어빵은 세상과 '사내'를 연결해주는 마지막 끈일지도 모른다.
가스불을 뒤흔드는 바람.밤 늦도록 그의 귀가를 기다리는 식구들.붕어빵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