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해대교를 지나 차로 20여분을 달리자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대지 위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나타났다.

총 부지면적 55만평,건축면적 11만평에 이르는 이 공장은 현대차의 '수출전략형 생산기지'다.

연간 30만대의 그랜저와 쏘나타가 이곳에서 생산돼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조립공장에 들어서자 자재를 가득 실은 AGV(Auto Guided Vehicle·자동지게차)가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공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생산라인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랜저와 쏘나타의 차체가 번갈아 가며 서 있고 차체 한 대마다 2~3명의 근로자가 배치돼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혼류 생산' 방식이다.

이 같은 생산방식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케 하고 재고를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산공정의 정보화와 자동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공장 한가운데에는 '차체 공정 1분 정지시 5만6181원입니다'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프런트엔드 모듈의 경우 인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으로부터 2시간에 한 번씩 공급받는다.

조립 과정에 있는 차량의 지붕에는 RFID(전자태그) 장치가 달려 있다.

해당 차량의 공정 진행 상황이 이 장치를 통해 중앙 서버로 전달되고 중앙 서버는 각 차량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부품 수요와 재고 상황을 파악해 'Just in sequence'로 부품이 공급되도록 한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12km 떨어진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철저하게 현대차의 생산 공정과 생산량에 맞춰 부품을 생산한다.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운전석과 섀시 프런트엔드 모듈을 생산,전량 현대차에 공급한다.

운전석 모듈의 경우 조립에서부터 현대차의 생산라인에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90분에 불과하다.

모듈화 이전 같으면 반나절이 걸리던 일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이 쏘나타와 그랜저를 번갈아 생산하는 데다 옵션 내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듈 또한 완성차의 생산 순서에 따라 정확히 만들어야 한다.

만의 하나 생산 순서가 뒤바뀌면 쏘나타의 운전석이 그랜저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하나의 부품 모듈이 완성돼 운반 트럭에 실리면 이 정보가 현대차 공장으로 전달돼 부품 공급을 기다리던 차체가 비로소 생산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시스템 속에 현대차 아산공장의 평균 부품 재고량은 2시간치를 넘기지 않는다.

몇 년 전 자동차 부품 제고량이 1~3일치 이상 쌓여 있던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조석우 현대모비스 모듈생산부장은 "부품 공장과 완성차 공장의 생산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서 생산되는 모듈 하나하나가 제 짝을 찾아가 한 대의 차량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아산=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