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원역 지점 K과장은 종교가 두 개다.

원래 천주교 신자였지만 지금은 A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A교회는 농협의 주요 대출고객인데,A교회가 지난해 교회 신축자금 용도로 빌렸던 대출금 100억원을 만기 이전에 모두 갚겠다고 갑자기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수협으로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과장은 A교회의 수요예배,구역예배,주일예배에 모두 참석하며 담당목사와 신도들의 마음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회가 금융회사들의 최대 격전지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교회 소유의 땅과 건물을 담보로 교회 건물을 신.증축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 주는 교회대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재단이 소유하는 성당이나 사찰과 달리 교회 건물은 개별 교회의 목사나 신도들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대출시 개별담보로 인정받는다. 새로 짓는 교회는 대부분 규모가 커 100억원 이상 거액대출이 가능해 거래 물꼬만 트면 상당한 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

담보물로 제공되는 교회 땅과 건물은 성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에 원리금을 연체하는 일도 거의 없다. 금융회사들로서는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노다지 시장인 셈이다.

이 시장을 소리소문없이 개척했던 곳은 농협과 수협. 2002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든 농협과 수협은 교회 재산을 담보로 연 5~6%대 금리를 제시,1년 만인 2003년에 각각 5000억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거뒀다. 2004년에는 8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냈고 지난해에는 농협 수협 모두 교회대출 시장에서만 1조원을 넘어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금융회사들도 교회대출 시장에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본격 뛰어들었고 소규모로 2000년부터 교회 대출을 했던 저축은행업계 역시 대출한도를 농.수협보다 10% 가까이 늘렸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신규고객을 추가로 발굴하기가 어렵게 됐고,이 때문에 은행들은 최근 경쟁은행과 거래 중인 고객 빼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협은 우대금리와 캐시백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지난 9월 기준으로 교회대출 시장에서 지난해 말보다 대출을 1500억원 늘렸다.

반면 농협은 지난해 말보다 교회대출 잔액이 740억원 줄어 1조원을 밑돌았다. 9월 말 농협의 교회대출 잔액은 9830억원이다. 이우종 농협중앙회 여신부 팀장은 "기존 고객을 수협에 많이 빼앗겨 교회 대출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대출의 원조였던 저축은행들도 울상짓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한서저축은행과 부천 삼신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지난 9월 말 각각 200억원과 7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신한은행도 대출실적이 629억원에 그쳐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도 300명 이상인 대형교회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교회대출 시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