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적극적인 자세,신사업 발굴….'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통합 국민은행 창립 5주년 행사에서 평소와는 달리 다소 도전적인 표현들을 구사했다. 그의 기념사에는 '수비형'이란 이미지를 털고 이제 '공격형'으로 변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강 행장은 취임 후 2년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시기"라며 "이러한 성과에 만족하고 여유를 부릴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라는 점부터 강조했다. 통합 후 5년간 겪었던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보다 앞으로의 변화가 훨씬 거셀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기존 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킬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지만 동시에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해온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매섭게 현실을 직시하며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간다는 뜻)의 자세에 공격적인 요소를 담아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은 강 행장은 자산 200조원의 거함 국민은행호를 무난히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엔 2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선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만년 꼴찌권이던 고객서비스 만족도 역시 수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꼬여있는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건을 풀어야 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숙제다. 지난달 16일 계약기간이 종료됐지만 한달반이 되도록 여전히 답보상태다. 더욱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 끝이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정조준 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임기를 1년 남긴 강 행장의 눈은 이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엔 중국공상은행 등과 기업자금관리서비스(CMS)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금융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주축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현지은행의 M&A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외환은행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짓는 한편 선진 금융시스템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가 기념사에서 밝혔듯이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강자들과 대적할 수 있는 금융 부문에서의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최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2층의 강 행장 집무실 창문으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날아들었다. 국민은행은 황조롱이를 '길조(吉兆)'로 해석해 작은 경사 분위기에 휩싸였다는 후문이다. 과연 그들의 해석대로 강 행장이 국민은행을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우뚝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