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산동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45)는 지난 10월 초 고향에서 추석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남은 연휴 내내 고열과 두통,근육통에 시달렸다. 추석 명절 때 과로로 인한 몸살감기 증상이겠거니 해서 감기약을 먹고 하루 동안 푹 쉬었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뒤늦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쓰쓰가무시병으로 밝혀졌다. 2주전 반바지 차림으로 벌초했던 그에게서 장딴지와 허벅지 안쪽에 0.5~1cm 정도의 가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흔히 열이나고 기침을 하면 '감기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 감기약만 먹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핵이나 장티푸스,가을철 열성질환,심지어 백혈병이나 에이즈 같은 위중한 질환 중에도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칫 소홀히 대처했다가 몸의 중요한 신호를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믿는 '감기'에 발등 찍힌다?=감기의 흔한 증상에는 콧물 인후통 기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 없이 발열 두통 근육통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질환에는 쓰쓰가무시병과 한국형 출혈열,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열성 질환이 있다. 대개 가을철 산이나 들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1~3주 정도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이들 질환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비슷한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이외에도 다른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다.

쓰쓰가무시병은 몸에 약 0.5~1cm의 가피(부스럼 딱지)가 나타나며 림프절이 커지고 전신에 붉은색 반점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형 출혈열로 불리는 '신증후출혈열'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입천장과 겨드랑이에 점상 출혈(모세혈관에서 생기는 출혈)을 보인다. 또한 목의 V자형 발적(피부가 충혈되어 붉은색을 띠는 현상)이 또 다른 특징이다. 심하면 소변의 양이 줄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는 점이 다른 질환과 구분된다. 렙토스피라증은 근육통이 심한데 특히 등과 다리에서 증상이 뚜렷하다.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도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다. 두통과 발열이 있으며 열은 주기적으로 39도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심한 몸살이 나타난다.


기침 달고 살면 만성 호흡기질환 의심=기침은 감기와 직접적으로 연관지어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들이 기침 증상을 보인다. 결핵은 기침과 가래,피로감,신경과민,미열 등이 초기증상인데 감기로 오인해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흉통 호흡곤란 권태감 식욕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때로는 일정기간 아무런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다.

천식 또한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천식은 천명 호흡곤란 기침의 전형적인 3대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비전형적인 경우 단순한 만성 기침 또는 흉부 압박감,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 증상만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온 변화나 먼지를 들이마셨을 때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을 나타내므로 '항상 감기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2주 이상 감기 증상 지속되면 진단을=감기예방에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게 최선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시로 실내공기를 환기시키는 한편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감기 예방의 기본이다. 일단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물은 가래를 몸에서 빼주는 역할도 한다.

보통 감기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감기 증상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 싶으면 단순히 감기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단순히 '감기'일지라도 증상이 심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축농증 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가볍더라도 2주 이상 지속되는 감기는 반드시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한다.

도움말=우흥정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