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참여정부에 더 기대할 게 없다."

가스안전공사의 임원진 인사를 두고 공사뿐 아니라 정부 부처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다. 청와대는 이헌만 전 경찰청 차장을 29일 공사 사장에 임명,공사 임원진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해도 너무 했다"는 진단이 오히려 점잖을 정도로 냉혹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가스안전공사가 정치권의 낙하산 집결지가 됐기 때문이다.

우선 신임 사장인 이 전 차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스안전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다. 1975년 행시에 합격한 뒤 30년 가까이 경찰 생활을 한 것이 전부다. 경찰업무 분야에선 이만한 전문가가 없을 정도겠지만 가스안전에는 문외한에 가깝다. 정부와 공사측은 보도자료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측면에서 경찰과 가스안전공사가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이 전 차장이 17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데 따른 보은인사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사장뿐이 아니다. 정부는 올 7월엔 최동규 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실장을 가스안전공사 감사에 취직시켰다. 지난해 4월엔 공사내 서열 3위 보직으로 꼽히는 기획관리이사에 정두환 전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본부 부본부장이 낙점됐다. 공사내 서열 1~3위가 모두 여당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 셈이다.

이처럼 '줄줄이 낙하산 인사'는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낙하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참여정부의 인사 관행 변화를 기대해 온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원자력문화재단엔 청와대 출신 모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는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부추기게 만들고 있다. 관료 사회에선 "저런 사람들도 나가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이 무성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작부터 "레임덕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레임덕은 제대로 된 인사를 적재적소에 써야 비로소 막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언행이 일치돼야 남은 1년간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터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