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학들도 곧 '레지덴셜 칼리지'로 전환할 겁니다.지방소재 대학이라면 10년 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정갑영 연세대 부총장(원주캠퍼스·55)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단언한다.

지난 8월 초 부임한 그의 아이디어로 연대 원주캠퍼스가 국내 최초로 내년부터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이하 RC)'제도를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숙(寄宿)학교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인 민족사관학교와 과학고,외고(경기도권) 등 특목고 상당수가 기숙사 학교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부총장은 "RC는 신입생 전원이 지도교수들과 함께 기숙사 공간에서 생활하는 밀착형 멘토링(mentoring)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미국의 프린스턴·하버드·예일대학 등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세대 원주 캠퍼스에서는 내년부터 약 1400명의 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물론 현재도 1학년생 97%가 기숙사에 입사해 있는 만큼,RC는 단순한 주거형 기숙학교 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정 부총장은 "고교시절 입시전쟁을 치른 신입생들이 공동생활을 통해 인성을 가다듬고 문화·예술적 소양과 리더십을 갖추도록 전인교육(소프트웨어)을 하는 것이 바로 RC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RC프로그램으로는 '레지덴셜 콜로키아'와 '리더십개발 및 실습'을 꼽는다.

레지덴셜 콜로키아는 20명씩 팀을 이룬 신입생들이 총 70개 분반으로 나뉘어 일주일에 두 차례씩 방과후(저녁 7시)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2학점 필수과목인 '리더십개발 및 실습'은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소모임(동아리 활동 포함)과 체육과목,사회봉사 활동을 각각 자유롭게 조합해 스스로 맞춤형 코스를 만드는 것.지식 이외에도 '덕(德)'과 '체(體)'를 균형있게 발달시키겠다는 의도다.

정 부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연구'기능을 강조해 교수들의 SCI(과학기술논문학술지) 논문 수는 늘어났지만 '교육'기능은 여전히 창피한 수준"이라며 "학부생들이 메마른 감성과 잃어버린 개성을 찾아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이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 부총장이 꼽는 RC의 성공 요건은 무엇일까.

일단 그는 "학생 규모가 크지 않고,친자연적인 환경 속에 기숙사 시설이 완비돼야 한다"고 말한다.

치악산과 백운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8만평 규모의 매지호까지 끼고 있는 원주캠퍼스로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셈이다.

정 부총장은 "기숙사 시설 자체가 부족하고 인근에 각종 유흥시설이 있는 서울 소재 대학들은 현실적으로 RC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며 "외국의 명문 대학들 중 상당수가 대도시에 있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총장은 대학생활의 성공여부는 80~90% 이상 신입생 시절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그는 "애플컴퓨터의 부활을 이끈 스티븐 잡스는 학부시절 들었던 한 과목의 교양수업(캘리그래피)을 통해 서체와 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천편일률적인 교양수업 대신 인생의 길라잡이가 돼줄 RC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원주캠퍼스의 신입생들이 신촌캠퍼스(학생들)보다 입학 성적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졸업할 때에는 이런 격차가 아주 좁혀져 있을 것"이라며 "RC제도를 통해 '작지만 강한 지방 명문대'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원주=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