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23일 시작된 4차 협상이 첫날부터 파행을 빚어 연내 타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은 협상 첫날 공산품과 농산물,섬유 등 상품 전 분야에서 양허안(개방안) 수정안을 내고 한국측에 수정안을 낼 것을 압박한 데 대해 한국측은 미측 수정안 내용이 턱없이 미흡하다며 추가 수정 요구와 함께 협상을 중단한 것이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목표로 삼았던 상품 양허안의 골격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 상품분야 협상의 진도가 늦춰지면서 다른 분과 협상도 덩달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대부분의 이견 사항을 줄이고 핵심쟁점을 도출해 5차 협상에서 '빅딜(핵심쟁점 주고받기)'을 이루겠다는 당초 협상 목표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상품분야 협상 중단

FTA 협상의 핵심은 상품 양허안이다.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관련 쟁점도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날부터 협상은 파행을 빚었다.

미국측은 회의 시작과 함께 공산품 양허안 2차 수정안을 내면서 "이제는 한국이 농산물 양허안 등을 고칠 차례"라고 요구했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한국측은 섬유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하는 것 같은데 미국 입장에서는 농업,공산품 분야에서 진전을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측이 일부 자동차부품 등의 관세철폐 기간을 기타에서 10년으로 한 단계 정도 앞당겼지만 우리측 요구 수준엔 턱없이 못 미친다"며 "상품 협상이 진전되려면 미국이 좀 더 전향적인 수정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협상 돌파구를 찾기위해 비공식 소규모 접촉을 갖기로 했지만 언제 협상이 다시 성사될지는 지 안개속이다.

이처럼 상품분과 협상 진도가 늦춰지면 다른 분과 협상도 덩달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협상단 관계자는 "우리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상품 양허안에서 미측이 양보하지 않으면 미측 요구가 많은 서비스 등 다른 분과에서 우리도 양보하기 어렵다"며 "다른 분과는 상품양허안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제자리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는 '북한 핵실험'이라는 걸림돌을 만나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

커틀러 대표가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양국 영토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관한 협상"이라며 "최근 북한 핵실험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김 대표도 "개성공단 문제가 우리측의 관심사항임을 설명했지만 북핵실험으로 제반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또 농업에서 한국측이 요구하는 특별 세이프가드,섬유분과에선 미국이 주장하는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농업분야에선 통합협정문을 작성하고 관세할당제도(TRQ)를 운용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서비스 분과에선 5차 협상 전에 수정한 통합협정문과 아울러 이번 4차 협상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한 수정 유보안을 교환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측이 요구하는 전문직자격 협의체 문제와 미국측의 택배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