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엔 강남에 대한 비판이 흘러넘친다.

이에 대해 억울해 하거나 분노하는 강남 주민들이 많다는 걸 분명히 알아두는 게 좋겠다.

그들의 분노와 항변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해서 강남과 강남 사람들을 무조건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강남,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인물과사상사)을 출간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이 보릿고개에서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달려왔듯이 강남은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달려왔다"며 "전자의 달리기는 피땀으로 이룬 반면 후자의 달리기는 일확천금의 투기 광풍이 아니었느냐는 반문도 가능할 것이나 적나라한 욕망의 대질주라고 하는 본질에 있어선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그는 강남이 한국형 자본주의 욕망의 위계질서에서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강력한 서열화,강한 경쟁심과 모방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런 현상이 바로 부정적인 것을 널리 전파시키는 동시에 긍정적 혁신의 전파 속도도 빠르게 하는 '강남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또 이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엔진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30년 동안 10번 이상 이사해서 강남에 진입한 개인의 노력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부도덕한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도 소개한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과 내부 개조 붐,'강남 아줌마'의 호전적 여성상을 잘 보여주는 자녀교육에서부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강남이 한국사회에 행사하는 리더십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고 강남을 한국 시스템의 전형이자 엔진으로서 고찰해 보자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강남 진입을 위해 애쓰는 시민 동지들은 물론 강남 비판자들에게도 격려와 더불어 이런 고민에 동참해 줄 것을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은 엉뚱한 적을 상대로 싸우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372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