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타인 보험이 모럴해저드 또는 보험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계약자(보험료를 내는 사람)가 피보험자 모르게 보험에 가입한 후 피보험자의 사망을 유도한 뒤 보험금을 타내는 등의 보험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보험설계사들은 계약 유치를 위해 피보험자의 확인 서명을 받지 않고 타인에 대한 사망보험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불완전 판매'가 모럴해저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2~3년 전부터는 피보험자의 서명 없는 보험계약은 아예 인수하지 않는 등 자정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타인 사망보험의 경우 모럴해저드 또는 보험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는 '내가 죽으면 누가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서로 다른 타인보험은 △자녀 보험 △부모 보험 △부부 간 보험 등이 있다.

물론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는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사에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보험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는 보험계약은 보험사 직원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보험사들은 보험금에 상당하는 돈을 보험수익자(보험 혜택을 보는 사람)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 직원이 잘못해 계약에 흠이 생겨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직원 관리 책임이 있는 보험사가 보험금만큼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