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지공장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 4월 착공키로 했지만 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무기한 연기되는 등 표류(漂流)를 거듭한 끝에 늦게나마 조지아공장의 첫 삽을 뜬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숙원사업이었던 이 공장 건설로 현대·기아차그룹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된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현지에서 조지아공장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말한데 이어 거대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진출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서도 글로벌 경영의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기아차가 10억달러를 투자해 270만평 부지에 79만평 규모로 세우는 이 공장은 2009년부터 북미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전략 차종을 생산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 공장 건설로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에서의 신차 개발 및 디자인-설계-생산-시험-판매로 이어지는 '수직 현지화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환율 리스크를 해소하고 통상마찰의 소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기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의 공동 연구개발,부품공유 등을 통해 얻어지는 시너지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은 세계 주요 시장에서의 생산기지 구축이 속속 성과를 거둠으로써 글로벌 톱5 메이커로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기존 해외공장 외에 현재 건설중인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공장 등이 잇따라 완공되면 2009년까지 주요 거점 6개국 11개 공장에서 연간 289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외 생산비중이 49%에 이르게 된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춘 미국 GM,일본 도요타와 혼다,독일 폭스바겐 등 메이저 기업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앞으로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더욱 높여나가는 일이다. 조지아공장 착공 지연 등 그동안의 경영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공기를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연구개발과 마케팅,생산판매,서비스 등의 현지화 체제를 하루빨리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時急)한 과제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대외신인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