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외국인들이 현 경기상황에 대한 한국 경제각료들의 잇달은 언급과 거시경제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이 '사실상 불황'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둔화되고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경기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각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부양수단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경기 대책으로 손쉽게 택하는 금리정책은 이미 잠재성장률이 4% 내외로 약화됐다고 보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감안하면 내년 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총수요 갭이 발생해 곧바로 콜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령 콜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민간이 보유한 유동성이 많고 금리와 총수요 간의 비탄력성(inelastic)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금리 다음으로 쉽게 택하는 뉴딜식 재정지출 정책은 한국처럼 재정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재원 확보부터 여의치 못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대책도 국채 매각 과정에서 시중금리를 상승시켜 민간수요가 둔화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로 실제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여야 간의 논란이 많았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계층이 세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고 민간의 자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살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래퍼 이론대로 감세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부터 충족돼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흔히 이런 상황에 처하면 한국 정부가 마지막 보루로 들고 나오는 환율정책은 최근처럼 원·엔 환율이 하락하고 내수 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지만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화 가치마저 약세가 될 경우 자본 이탈을 촉진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자산 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시각처럼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이 제한돼 있다면 우리 경기는 어디서 회복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적인 예측기관일수록 한국 경제가 가까운 곳에서 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점이다.

바로 500조원에 달하는 기업 등 민간이 보유한 유휴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최근처럼 한국 경제 내에 막대한 유휴자금이 있다는 것은 자원 배분의 기본도구로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최대 현안이 될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정책은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별로 일관성을 유지하고,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 경제 주체들에게 미래에 대해 비전이 제시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정치적 의도가 결부돼 성급하게 경기부양에 나섰다간 그 효과보다 주가와 부동산값 급등에 따른 경제거품을 초래해 차기 정부에 막대한 정책비용을 안겨줄 것이라는 지적은 현 경제각료들이 곱새겨 봐야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