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간 회담의 주요 의제는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참여 확대 문제였다.

당초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ㅇㄴ 핵심 주제에서 벗어났다.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미국측의 압력이 PSI 참여를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결의안 1718호 이행에 힘을 싣고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 및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문에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유엔 결의를 존중한다면서도 외교적인 노력을 다시 강조했다.

PSI 참여폭을 확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정식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향후 양국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측,"PSI=무력 충돌 아니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 정부에 뭘 해야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나 핵기술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또 "그동안 국제법에 따라 PSI가 효과적으로 적용돼 왔고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PSI가 자칫 북한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한국의 PSI 참여 확대를 강도 높게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와 함께 "(PSI로) 현재의 긴장을 확산,심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의 핵무기 및 핵기술 거래를 막기 위해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PSI에 어떻게 참여할지 논의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한국의 PSI 참여 확대를 거듭 요구했다.

○정부측,"외교적 노력이 중요"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반 장관은 "우리는 북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 결의를 유엔 회원국으로서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채택된 유엔 결의안도 우리가 가장 먼저 지지를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청와대에서 라이스 장관을 접견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PSI의 전면적 확대나 우리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데 사실상 반대 의사를 전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라이스 장관이 한국의 PSI 참여 여부는 주권 사항"이라고 말해 PSI에 대한 서로 간의 이견이나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알았다"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