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검은돈 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 7월 도입한 일명 '통장식 양도성예금증서(CD)'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통장식 CD는 실물증서의 발행없이 은행이나 증권예탁결제원의 등록만으로 CD를 발행하고 고객에겐 통장형태로 발급되는 CD를 말한다.

'무기명'이라는 특징을 가진 기존 증서식 CD와 달리 가입자의 실명은 드러나지만 분실이나 위변조 사고 등의 위험이 없고 추가금리 혜택을 볼 수 있어 '양도나 유통' 목적이 아닌 예금의 일종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통장식 CD발행 급속 확산

현재 통장식 CD는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에서 발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께 관련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통장식 CD를 처음 도입한 하나은행의 경우 발행건수와 금액(월말잔액기준)이 △7월 261건(1743억원) △8월 725건(6026억원) △9월 2246건(1조5210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전체 CD발행 중 통장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7월의 3%에서 20%로 대폭 늘었다. 기업은행은 △7월 275건(3413억원) △8월 1828건(2조1943억원) △9월 1765건(2조1024억원)으로 잔액기준으로는 9월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신규발행건수는 △7월 275건 △8월 804건 △9월 1129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도해지는 불가

통장식 CD의 가장 큰 장점은 도난,위험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서식 CD는 실물로 본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분실할 경우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없었지만 통장식은 언제든지 재발급이 가능하다. 물론 기존에도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CD증서를 은행에 맡길 수는 있었다.

하나은행 자금부의 장기윤 차장은 "기존 CD가 정기예금에 비해 금리가 높아도 '증서'라는 이유 때문에 외면하던 일반 예금고객들이 통장식 CD에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기명이 아니기 때문에 증서식 CD처럼 쉽게 양도하거나 사채시장에서 할인 유통시킬 순 없다. 이런 점에선 일반 정기예금과 성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정기예금보다 금리 높아

정기예금과 비교할 경우 통장식CD의 금리가 높다. 일단 CD는 예금보험료(0.2%포인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은행이 고객에게 금리를 더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재 3개월 정기예금의 고시금리는 연 3.6%인 데 비해 CD 92일물은 3.7%다. 특히 거액 고객의 경우 영업점장 전결로 줄 수 있는 최대금리가 정기예금은 3.9%인 반면 CD는 4.5%까지도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통장식CD를 발행할 경우 증서식에 비해 0.1%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주고 있다.

통장식CD의 최대 단점은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자신의 현금 흐름을 파악하고 여유자금으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통장식CD의 만기는 30일 이상 2년 이내에서 고객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