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민영 의료를 허용하는 한편 수급자들에게 건강보험공단 지사 선택권을 부여하고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시키는 등 경쟁 원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원장 양수길)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19일 개최한 '사회보험의 위기 종합 진단 심포지엄'에서 이규식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1977년 의료보험 도입을 계기로 형성된 최근의 건강보험 관련 정책 패러다임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 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건강보험 관리에 경쟁원리 도입

이규식 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경쟁 원리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보험 재정의 75%는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위험 조정 요소를 기초로 지사에 배분하고 △나머지 25%는 지사가 독자적으로 부과,징수토록 하며 △국민들에게 지사 선택권을 부여,지사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의료비의 경우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의료 공급자 간 계약을 통해 관리하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박재용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지사의 성격과 운영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 의료 허용해야

이 교수는 "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민영 의료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즉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민영 의료)를 허용해 수가 책정 및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울러 "현행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시켜 장기적으로 기관 간 경쟁의 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편 "의료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중·소형 병원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도입 이후 중소 병원들이 환자를 대형 병원에 빼앗겨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과 응급의료 체계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 병원이 꼭 필요한 지역을 선별해 해당 병원의 장비 구입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아울러 공중보건 사업 서비스의 질을 더욱 강화해 민영 의료 허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체계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료 기능보다는 예방 기능을 강화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의 민영 의료 도입 주장과 관련,김진수 건강보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당수 의료기관이 계약을 기피하고 민간 보험화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반면 박재용 교수는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건강보험 재원조달 목적세로'

이 교수는 "건강 보험을 사회 보험료로 조달할 경우 '20~49세 근로자'가 주로 부담하게 돼 국가 경쟁력에 부담을 주지만 조세는 전 국민이 재원을 부담하기 때문에 사회 보험료에 비해 안정적이며 기업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료 소비를 기준으로 하는 목적세를 신설해 재원을 보충할 것을 제의했다.

이와 관련,상당수 토론자들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목적세 신설은 상당수 근로자가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을 갖고 있으며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세개혁 문제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