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등 정부가 서민을 위해 만들었다고 강조하는 서민보호법들이 자칫 서민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법무부가 주최한 '서민법제 개선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서민관련 법안들이 서민이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전.월세난을 가중하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완책 마련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특히 1998년 폐지된 이자제한법을 부활시켜 사채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자는 법무부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은 "등록대부업체의 평균금리가 연 164%에 달하는 등 현행 대부업법도 사실상 사문화되는 상황"이라며 "이자율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이자제한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 신용불량자의 금융 접근이 단기적으로 더욱 어려워진다"며 각종 보완책을 주문했다.

세입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신속하게 받도록 하기 위해 법무부가 준비 중인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장보험제도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임차인에게 보험료가 전가되거나 전세물건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영준 백석대학교 법정학부 교수는 "이 법안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되거나 보증금이 인상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용민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임대차보증금 보험제도가 전세주택을 줄이고 월세주택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서민 주거단지의 환금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금전적 대가 없이 이뤄지는 '호의보증'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채무자의 신용상태를 미리 보증인에게 알려주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성경 단국대학교 법대교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채권자들이 보증제도를 담보제도로 이용하는 것을 꺼려 물적담보가 없는 사람은 자금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청회 사회를 본 소재선 경희대 법대교수도 "그동안 서민관련 법안이라고 나온 법제도들이 오히려 많은 역기능으로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