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영아유기' 남은 의문점
베로니크씨는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뒤 출산 직후 이란성 쌍둥이를 살해했으며 남편 장-루이(40)씨에게는 죄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베로니크씨의 자백으로 영아들이 이란성 쌍둥이임이 확인됐고 남편이 개입되지 않은 단독 범행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영아들을 낳은 뒤 살해했고, 사체를 왜 냉동고에 보관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당국의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남은 의문점을 짚어본다.
◇ 왜 살해ㆍ유기했나 = 정상적 부부 관계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을 왜 살해하고 유기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 의문점이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불화를 겪었다고 가정할 경우 베로니크씨가 남편에 대한 분노나 증오심을 `살해 뒤 유기'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들 둘(11세ㆍ9세)을 둬 더 이상의 친자를 원치 않는 이들이 뜻밖의 임신을 한 가운데 낙태 시기를 놓쳤거나 베로니크씨가 산후 우울증 등 건강상 문제로 아기들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났을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물론 경찰은 베로니크씨가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아니라고 성급하게 판단해 남편 몰래 범행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베로니크씨는 복막염을 앓아오다 염증이 자궁으로 번져 2003년 12월 국내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 언제, 어디서 = 일단 경찰은 베로니크씨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2003년 12월 이후에는 아기를 못 낳게 됐기 때문에 이들 부부가 한국에 들어온 2002년 8월과 2003년 12월 사이에 출산과 살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부부가 시신 발견장소인 서래마을로 이사오기 전에 3년 동안 살았던 방배동 빌라에서 출산과 유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에 방배동 빌라에서 출산과 유기에 관한 직접적 물증은 확보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최소한 2년9개월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만 확실할 뿐 정확한 시점과 출산 및 최초 유기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기들이 살해된 채 유기됐는지, 산 채로 냉동고에서 사망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자신이 아기들을 살해했다는 베로니크씨의 자백으로 볼 때 살해된 뒤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남편은 정말 몰랐나 = 베로니크씨는 프랑스 당국의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은 자백했지만 남편인 장-루이씨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베로니크씨가 자궁에 심각한 염증이 퍼져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당시 남편이 수술에 동의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남편이 아내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범행 시기가 최소 2년9개월 이전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사까지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전혀 몰랐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따른다.
프랑스 경찰은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해 장-루이씨가 범행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연루 여부를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루이씨가 최초 신고자인 데다 베로니크씨가 2차례 3~4개월 정도 장기간 집을 비운 사실이 있어 집 밖에서 출산이 이뤄졌다면 정말 몰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으로 볼 때 남편 몰래 아내 혼자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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