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얼굴이자 자부심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4년 11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쏘나타를 두고 한 말이다.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임원들은 쏘나타의 판매가 부진할 때면 "현대차의 힘은 쏘나타에서 나온다"며 '쏘나타가 무너지면 회사도 무너진다'는 경각심을 부하 직원들에게 불러일으키곤 한다.

1985년 당시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텔라의 최고급 사양으로 출발한 쏘나타는 이후 20여년간 국산차 최장수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이어오며 이제 현대차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링 카로 확고히 자리잡았으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전세계의 도로를 쏘나타가 누비고 있다.

◆ "캠리,어코드보다 낫다"

"무도회 파트너도 없을 만큼 인기가 없던 여인이 변신에 성공했다.(A Wallflower Changes Its Tune)"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005년 8월26일자 기사에서 당시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쏘나타에 대해 이같이 극찬했다.

이 신문은 "신형 쏘나타는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의 어코드보다 매력적이고 돋보인다"며 "이들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0여년 전 미국의 한 토크쇼 진행자로부터 "현대차는 밀어야 출발한다"는 말을 듣는 등 조롱거리가 됐던 과거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판매실적에 그대로 반영돼 쏘나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3만대가 팔리면서 단일차종 판매 6위에 올랐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2만3000대가 팔리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쏘나타 바람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쏘나타는 지난해 중국의 세계무역조직연구회와 텔레비전협회가 실시한 '중국생활방식 최고 브랜드' 조사에서 최우수 브랜드로 선정됐다.

베이징 시 당국은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시내의 택시를 쏘나타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쏘나타는 현대차의 중국과 미국 현지 공장의 첫번째 생산 차종으로 투입된 것을 비롯해 유럽 인도 러시아 등 현대차의 해외 진출에서 매번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 20년 만에 300만대 판매

쏘나타가 지금과 같이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공이 있었다.

쏘나타는 올해 단일차종 월간 판매실적에서 그랜저에 잠시 1위를 내줬던 지난 1월과 노조의 파업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었던 8월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승용차 내수판매 중 37.6%를 차지했던 쏘나타는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8만3647대가 팔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 중 36.4%를 차지하고 있다.

탄생 10년인 1995년 5월 100만대 생산을 돌파,국산차로는 처음으로 '밀리언셀러' 시대를 연 것도 쏘나타였다.

이후 쏘나타의 상승세는 더욱 높아져 다시 10년 후인 지난해 4월에는 300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1988년 시작된 수출도 꾸준히 증가,2001년 7월 5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 8월에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21년간 쏘나타의 누적 판매량은 수출과 내수를 합쳐 317만대가 넘는다.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에서 쏘나타는 지난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국산차 브랜드이자 올해 소비자가 가장 사고 싶어하는 국산차 브랜드로 뽑혔다.

◆ 브랜드 가치 제고 과제

쏘나타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쏘나타를 더욱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현대차를 도요타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며 현대차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도요타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쏘나타의 경쟁 차종인 캠리의 2007년형 모델을 지난 3월에 서둘러 내놓고 2006년형 모델에 대해서는 대당 4000달러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쏘나타 견제에 본격 나섰다.

현대차는 지속적인 품질 향상과 함께 해외 생산과 판매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이 같은 견제를 헤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그간 도요타와 혼다 등 경쟁업체들의 기술과 디자인,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하되 여기에 현대차 고유의 색깔을 덧붙여 가며 추격전을 벌여왔다"며 "이제 현대차만의 독창성을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