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과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계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y Kreme Doughnuts)'이 한국 도넛 시장에서 급부상하며 선발업체인 던킨도너츠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제휴,2004년 12월 서울 신촌에 1호점을 연 이후 매달 평균 15% 이상의 빠른 매출 신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

'직영' 원칙에 따라 명동 홍대입구 분당 등 수도권에 10곳의 매장만을 두고 있지만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뛴 200억원을 기록,이미 작년 한 해(100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장사가 잘되는 지역만 골라서 점포를 열었다고는 해도 꽤 빠른 신장세다.

전국 407곳에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도넛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던킨은 올 9월 말까지 매출이 1800억원 선.

'크리스피 돌풍'의 요인으로는 도넛 가격을 1000원과 1200원 단 두 가지로 정해 고객이 쉽게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며,매장 내 고객에게 도넛 하나를 그냥 주는 공짜 마케팅을 통해 단골 고객층 형성에 성공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돈 될 만한 지역'만을 골라 '소수 정예 점포주의'를 지향하고,미디어를 통한 광고보다는 '입소문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던킨도너츠와의 차별화 포인트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전 세계적으로도 300여개의 직영 매장만을 두고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소수 정예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진출 1호 국가다.

서울 명동에서 지난달 개장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이 하루 평균 800만원의 매출로 부근의 던킨도너츠 매장(600만원)을 앞지르는 등 기세를 올리자 던킨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던킨 관계자는 "커피 등 음료수를 다양화해 비(非)도넛 매출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40%까지 늘릴 것"이라며 "카페형 매장으로 바꾸는 등 이미지 쇄신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이렇게 단기간 내에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강력한 단맛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크리스피 도넛에는 설탕과 물,식용 고착제만을 섞어 만든 순도 100%의 설탕시럽이 씌워진다.

도넛에 쓰이는 모든 재료는 미국 본사에서 제조해 들여온다.

국내 매장에서는 도넛기계를 통해 생산만 하고 있는 것.

매장 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 제품 '오리지널 글레이즈'의 한 개 열량은 200칼로리(kcal).초콜릿 시럽을 덧씌우거나 도넛 안에 잼 등을 첨가하면 열량은 290∼350kcal까지 올라간다.

오리지널 글레이즈와 비슷한 던킨도너츠의 '글레이즈드 도넛(180kcal)'이나 '프렌치 크룰러(150kcal)','초콜릿 프로스트 도넛(200kcal)'보다 열량이 훨씬 높다.

이연숙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맛이 지나친 도넛을 두 개 이상 먹으면 한 끼 열량(600kcal)을 초과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