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원화와 엔화가 기준통화인 달러를 가운데 두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가속화됐다.

엔화와 원화의 디커플링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엔·달러 환율은 2003년 말 106.95엔에서 2일 오후 3시 118.33엔으로 10.6% 오른 반면 원·달러 환율은 이 기간 중 1197원80전에서 947원90전으로 20.9%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눠 산출한 원·엔 환율은 이 기간 중 1119원60전에서 800원93전으로 28.5%나 떨어졌다.

원·엔 환율의 향방은 원·달러·엔의 삼각구도 속에서 어느 나라의 통화가 주도권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은 대외무역이 균형점에 도달한 데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감소로 당분간 원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요인은 적다.

그러나 외국환평형기금의 손실 문제로 외환당국의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강력한 시장개입을 하기가 어렵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 환율을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의 환율 절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 등과의 공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정인우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외환자금팀장은 "단기적으로는 800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8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 때문에 딜러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