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해역에 위치한 200억원대로 추정되는 키조개 어장을 놓고 전남도·여수시와 경남도·남해군 간 어업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가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아 키조개 집단 서식지인 여수시와 남해군 인근 해역을 '육성수면'(수산자원을 관리·보호하기 위해 배타적으로 어로행위를 할수 있게 지정하는 수역)으로 지정하자 남해군이 이곳에서의 어로행위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며 육성수면 해제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전남도와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남도가 해수부의 승인을 받아 지정한 여수시 남면 금오도 동쪽 9마일 해역(작도 인근해역)의 '육성수면'에 대해 경남도와 남해군이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자 전남도는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곳 해역은 2004년 8월 여수시가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키조개 2850t(200억원대)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밝혀내고 지난해 2월 이 일대 2816ha를 2008년 3월6일까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육성수면 지정)를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경남도와 남해군은 이 해역이 "조상 대대로 어로작업을 벌여온 어장"이라며 해수부와 전남도에 육성수면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 일대가 옛 수산자원보호령에 의한 잠수기 어업의 조업수역으로 경남 관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남해군 관계자도 "남해지역 어민들이 이곳에서 장어 낙지 꽃게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해수부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육성수면을 지정해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해수부와 관련 지자체 관계자들은 두 차례의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양측의 이견차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남해지역 어민들은 지난달 초 육성수면 지정해제 대책위(위원장 김차윤)를 구성,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또 육성수면을 일방적으로 지정한 전남도와 이를 승인한 해양수산부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육성수면 내 조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조만간 광주지법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양측의 줄다리기는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전남도의 입장은 다르다.

국립지리원이 1988년에 발간한 해도와 헌법재판소의 2004년과 2006년 판례,해양경찰서 업무구역 등을 내세우며 이 일대가 전남 수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경남도측의 주장은 정부가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해수부,국립지리원,국립해양조사원 등과 2007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 해상경계 설정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미 지정된 전남 육성수면을 백지화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수부에서 승인을 철회할 경우 여수시 어업인도 대책위를 구성,행정소송과 보상요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여수시와 경남도·남해군 관련 공무원들은 27일 오후 2시 해수부에서 만나 전남도와 경남도 간 어업분쟁 해소를 위한 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커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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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수면=수산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번식·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지정하는 바다 해역.주로 패류 등 정착성 동식물이 대량 서식하거나 종묘 등을 방류한 해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지정되면 해당지역 어민들은 일정 기간 배타적 어업권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채취 등의 어로 행위시에는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일반 어업권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