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 변호사(33·사시 38회)는 스스로를 '광부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변호사는 '사례와 사진으로 보는 지식재산권 이야기'라는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사진과 광고,포스터를 찾아 수없이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책 속의 자료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1987년 한 신문에 실렸던 영동백화점 광고.그는 "초상권 침해와 인물의 동일성 문제를 판단한 국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시 태평양화학은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거울을 보며 비녀를 꽂는 사진을 광고에 실었다.

그런데 석 달 후 영동백화점이 이와 유사한 사진을 담아 '5일장'이라는 주제로 광고를 신문에 낸 것.정 변호사는 "법원이 저작권 침해의 성립 가능성을 열어 놓은 효시적인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미국 유학시절 1년반이라는 시간을 들여 사진과 파일들을 정리한 것이 이렇듯 '책'이 된 것은 그의 꼼꼼한 성격 덕분이다.

그는 지금도 신문이나 방송에 실리는 표절 의혹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있을 만큼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직접 보고 듣지 않으면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