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협상에서 인터넷 TV(IPTV)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방송·통신(방·통) 융합 서비스 개방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음악 게임 등 국내 문화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은 관련 부처 및 방송·통신업계의 기득권 다툼으로 몇 년째 방·통 융합 서비스에 대한 법률 등 기본틀조차 마련하지 못해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개방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양국의 서비스 협상 리퀘스트 리스트(개방요구안)에 따르면 미국은 통신,방송,방·통 융합,온라인 콘텐츠,특송,운송,우편,법률,회계,사업 서비스,기술 인증 등 11개 업종의 서비스 개방을 요구했다.

한국측 FTA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한 11개 업종은 미디어 관련 4개와 택배 관련 3개,법률 회계 사업서비스 3개 등 크게 3개 분야"라며 "특히 미국은 지난 3차 협상에서 방송 통신 및 그 융합 서비스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처럼 방·통 융합 서비스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강점을 가진 방송 영화 음악 게임 등 각종 문화 콘텐츠를 케이블TV 등 기존 미디어뿐 아니라 온라인 IPTV DMB 등 향후 등장할 방·통 융합 서비스를 통해 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몇 년간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정보통신부와 지상파 방송 3사를 대변하는 방송위원회 간의 다툼 속에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방·통 융합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방·통 융합 서비스를 한·미 FTA 협상에서 '유보(개방 예외)'로 분류했으나 미국측은 "국내 사정일 뿐"이라며 개방을 강력히 요구,자칫 준비되지 않은 개방을 맞아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용어 풀이 >

○방·통 융합 서비스=첨단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차세대 서비스.IPTV DMB 주문형 비디오(VOD)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