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삭공구를 주로 생산하는 YG-1은 엔드밀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제품 경쟁력을 갖춘 연 매출 1000억원대의 강소기업.하지만 YG-1은 최근까지 정부기관에 제품을 납품해 본 경험이 없다. 공구는 종류만 무려 12만가지에 달하고 표준화가 안 돼 있어 '나라장터'를 통해 전자조달을 하고 있는 조달청이 아예 구매대상에서 제외해 온 것.

그러나 이 회사는 올해 말 정부 기관에 대한 '제품공급 제로' 기록을 깰 수 있게 됐다. 조달청이 최근 공구업계가 공동 설립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툴앤툴스와 공구류 9500여종 525억원어치에 대한 나라장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에는 YG-1을 비롯 한국OSG 한국야금 LS산전 등 11개 공구업체가 포함됐다.

공구업계가 1980년 한국공구조합을 설립한 이후 26년 만에 이처럼 정부기관들에 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숙원'을 풀었다. 공구조합은 이를 위해 2001년 툴앤툴스를 설립하고 5년 동안 12만건에 이르는 공구류 규격화·표준화 작업을 펼쳐 왔다. 툴앤툴스가 이번에 카탈로그를 완성해 조달청에 제공하면서 군 학교 정부 부처 등 공구 수요기관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구 주문을 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한 것.

공구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관과 직거래는 현금 결제가 이뤄지는 연간 4000억원대의 막대한 시장을 새로 뚫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규모는 국내 전체 공구시장의 2조원대의 20% 수준에 이른다.

공구업체들은 정부 조달이 이처럼 큰 시장이었음에도 그동안 납품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군 부대처럼 대량으로 공구를 소비하는 곳에서는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져 특정업체만 납품을 하고 있다. 또 학교 등은 공구를 소매상으로부터 직접 사다 쓰거나 다른 물품의 부속품 형태로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최대 다섯 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망을 거쳐 납품이 이뤄지다 보니 유통 마진이 30%를 넘을 정도로 높고 생산업체에 돌아오는 이익도 적다"고 말했다.

나상호 한국공구조합 전무는 "기존 유통망을 통하지 않을 경우 가격이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기관과 공구업체 둘 다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춘 조달청 사무관은 "툴앤툴스측으로부터 받은 제품 정보를 바탕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해 각 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수요 기관들이 가격과 품질 모두 고려해 제품을 고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면 소규모 기업도 얼마든지 공급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납품을 원하는 공구업체는 어느 곳이든 납품실적·경영상태 평가를 거쳐 조달청과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다.

현재 동신툴피아(유통)·세신버팔로(생산) 컨소시엄도 공동 수급협정을 맺고 조달청과 계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