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A라는 자에게 제가 5000만원을 빌려 쓰고도 이를 갚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여금청구소송의 소장을 송달받고,그 내용을 확인해 보니 평소 도박벽이 심한 제 아내가 저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한다며 옷장 속에 보관하고 있던 저의 인감도장을 사용,A에게 제 명의의 차용증을 작성해 주고 위 금원을 빌린 후 이를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럴 경우 제가 아내가 빌린 돈을 갚을 법적인 책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민법상 부부간에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고,부부 중 한 사람이 일상의 가사행위로 인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민법 제832조). 여기서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통상 필요한 법률행위를 의미하는 바,구체적으로 생활필수품의 구입, 임차료 지급 등이 그 대표적 예에 속한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본 사안의 경우에는 귀하의 아내가 금전을 차용한 목적이 도박자금 마련에 있었다는 점 및 차용한 금전이 실제로 가족의 일상가사에는 사용되지 않고 도박자금으로 사용된 점에 비춰 부인의 금전 차용 행위가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우리 판례는 부부의 일방이 일상 가사의 범위를 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남편이 처에게 금전 차용 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하였으리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의 금전 차용 행위에 대한 남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나 본 사안은 부인이 귀하 몰래 임의로 갖고 나온 귀하 명의의 인장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에게 이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정 법무법인 권오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