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우리 국민연금은 아직 20세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불쌍하게도 오랫동안 기금고갈이라는 심각한 병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 병의 치료방법을 두고 10년째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치료법을 놓고 곳곳에서 극한 대립이 생겨났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고 또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기도 했었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부담-고급여'의 잘못된 연금구조를 '고부담-저급여'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치료법이 노동단체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국민연금을 그 때 치료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당시 극렬하게 치료를 방해하던 20대 청년 근로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오늘 태어난 아기가 20살이 될 때,우리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40살이 될 때 기금이 바닥나서 이들의 부모들(지금의 20대)이 받을 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부모들이 연금을 받게 하려면 결국 이들은 지금의 보험료보다 두 배 이상의 부담을 해야 한다. 따라서 치료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금의 20대 이하 세대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두 가지로 좁혀졌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원화(二元化) 안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여당이 최근 마련한 기초노령연금 도입안이다.

20일에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안을 수용한 국민연금법 개혁안을 다음주 중으로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여당안은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안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 한나라당이 조금만 더 양보하면 이번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선안이 드디어 통과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안은 당초 안에다 이미 있던 경로수당을 확대하는 것을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원화를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 안과는 여전히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치료법에 있어서는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원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이원화안은 소득과 상관없이 일정금액의 보험료를 부과방식으로 징수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민연금이 안고 있던 자영업자 소득파악 문제라는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여당안은 소득파악문제를 그대로 안고서 기초노령연금을 위한 또 다른 소득파악 문제를 추가하였다.

둘째,소득비례부분을 분리함으로써 그만큼 재정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셋째, 통일이 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연금체제를 준비하는 데도 이원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식의 기초연금은 과한 측면이 있다. 대상 면에서나 연금급여 수준면에서 단번에 도입하기에는 우리 재정부담 능력 밖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타협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초노령연금이라는 것을 내놓은 뜻이 기초연금 도입 취지에 동감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서 한나라당은 이쯤에서 양보할 수 있다. 즉 기초연금의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사람들로 대상을 줄이거나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양보하라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의 국민연금은 대략 몇 년 버틸 수 있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치료하기에는 병세가 너무나 위중하다.

수술과 같은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국민연금 치료법은 과거 1997년 국민연금개선기획단이 주장했고 세계은행과 OECD가 권고하고 있는 이원화가 핵심이 되어 사각지대를 해소함과 동시에 보험료를 높이고 연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 치료법이야말로 여와 야가 이번 가을 국회에 합의를 도출하기 쉬운 대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본다.

아마도 이번이 국민연금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