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인 부영의 이중근 회장(65)이 베트남에서 국경을 초월해 펼치고 있는 '나눔경영'이 현지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년 전부터 하노이 등에서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이 회장은 최근 초등학교용 칠판과 버스터미널 등에 120억원을 쾌척하는 '교육·공공시설 기증사업'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베트남은 교육·공공시설 등이 열악해서 초등학교용 칠판 기증과 버스터미널 건설 등의 기초적 공공시설 기증에 눈을 돌렸다"며 "지난 18일 베트남 하노이의 교육훈련부에서 기념식을 갖고 베트남 전국 초등학교에 칠판 13만8000개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기증식에서 이 회장은 "지난 1월 1000만달러(약 96억원)를 들여 베트남 초등학교에 칠판을 기증하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으나,현지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만족해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껐다"고 말했다.

그가 칠판기증을 생각하게 된 것은 1997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교실 벽에 페인트칠을 해서 칠판으로 사용하는 어린이들을 본 게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은 자신도 한국전쟁 당시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베트남 어린이들의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시장상황이 한국의 60년대와 같아서 당장 이익발생은 어렵지만,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증식에 참석한 응웬티엔년 베트남 교육훈련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이 회장이 기증한 칠판 한 개로 50명이 공부할 수 있다고 보면,전국에서 매년 700만명,10년이면 무려 7000만명의 어린이들이 교육혜택을 받게 된다"며 "이 회장의 도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부영은 국내에서도 91년부터 15년 동안 전국 90여곳의 중·고등학교에 기숙사 도서관 체육관 등 교육시설을 건설해 무료 기증하는 독특한 나눔경영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한편 부영은 이번 칠판기증기념식에 앞서 끼엔장성 등 전국 6개 지방 각 학교에 칠판 설치를 완료했으며 베트남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각 지역별 기증행사를 가졌다.

또 2004년에도 베트남 꽝남성 땀끼시의 판추진 중등학교 교사와 부대시설을 설치해 줬고 하떠이성 하동시에서는 버스터미널 건립비용으로 200만달러를 기증했었다.

이외에도 부영은 베트남 7개 대학 한국어과 2학년생 8명을 선발,졸업할 때까지 등록금과 생활비 일체를 지원하고 성적 우수학생은 한국으로 유학시키는 부영장학생제도를 운영 중이다.

부영은 앞으로 베트남에 주택건설과 대학 등 교육시설 설립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