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계부채 선제대응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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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宗奎 <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어떤 집에 불이 났다. 화재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불고래를 굽히고 장작더미를 다른 데로 옮겨 화재를 예방하자던 사람도 있었다. 불이 나자 여러 사람이 고생했다. 그 중 가장 공이 컸다고 칭찬 받은 사람은 눈썹이 타고 이마(額)를 데이면서(爛)까지 용감하게 불속을 뛰어다닌 사람이었다. 미리 화재를 경고하고 예방책을 말하던 사람의 공덕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이 난액(爛額)의 고사(故事)가 문헌에 기록된 때가 약 2000년 전이었으니,수습에 나선 사람만을 칭송하고 예방에 힘쓰던 사람은 알아주지도 않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고마워할 사람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제껏 아무 일도 없었는데 화재는 무슨 화재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욕이나 먹게 마련이다. 비판을 무릅써가며 사전예방에 성공해도 '어차피 생기지도 않았을 일을 가지고 괜한 소동만 피웠다'는 핀잔을 듣는다. 선제적(先制的)인 대응이란 이래서 어렵다.
한동안 주춤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두려고 한다. 나중이야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 쓰고 싶은 유혹이 너무나 크다.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이라도 최대한 확보해 두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이해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도 금융회사도 가계대출을 스스로 자제할 리 없다. 더 이상 빌려갈 수 없을 때까지 빌려가고 더 이상 빌려줄 수 없을 때까지 빌려주려 할 것이다.
위기상황이 임박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기를 느낄 만큼 위험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선제적 대응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현재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해 보이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가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8년 동안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평균 4.7%였다. 외환위기 이전 8년 동안에는 평균 14.7%였으니,과거에 비해 소득 증가율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소비자들에겐 '잃어버린 10년'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계부채는 지금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벌이는 신통치 않은데 빚만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너무나 분명해진다.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것은 감독당국의 몫이다.
작년 여름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투기지역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를 초과하는 대출은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갚을 능력을 보아가며 대출을 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지침이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았었다. 총부채상환비율의 적용도 부동산 투기지역에만 국한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어야 옳았다. 하지만 감독원으로서는 어쨌든 나름대로의 선제적 대응을 한 셈이었다. 그런데 금년 봄까지도 이 지침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감독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경기회복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선제적 대응 의지를 확고히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4년 전의 카드버블,가계대출 버블과 그 뒤를 이은 소비감소 및 내수침체 과정은 거시경제에 대한 걱정보다 감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경제 전체를 위해 오히려 더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뼈아픈 경험이었다.
지금도 경제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거시경제에 대한 고려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경제는 장차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불평을 듣더라도,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선제적 예방에 묵묵히 힘쓰는 믿음직한 감독당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불속을 뛰어다니는 맹활약은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떤 집에 불이 났다. 화재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불고래를 굽히고 장작더미를 다른 데로 옮겨 화재를 예방하자던 사람도 있었다. 불이 나자 여러 사람이 고생했다. 그 중 가장 공이 컸다고 칭찬 받은 사람은 눈썹이 타고 이마(額)를 데이면서(爛)까지 용감하게 불속을 뛰어다닌 사람이었다. 미리 화재를 경고하고 예방책을 말하던 사람의 공덕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이 난액(爛額)의 고사(故事)가 문헌에 기록된 때가 약 2000년 전이었으니,수습에 나선 사람만을 칭송하고 예방에 힘쓰던 사람은 알아주지도 않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고마워할 사람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제껏 아무 일도 없었는데 화재는 무슨 화재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욕이나 먹게 마련이다. 비판을 무릅써가며 사전예방에 성공해도 '어차피 생기지도 않았을 일을 가지고 괜한 소동만 피웠다'는 핀잔을 듣는다. 선제적(先制的)인 대응이란 이래서 어렵다.
한동안 주춤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두려고 한다. 나중이야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 쓰고 싶은 유혹이 너무나 크다.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이라도 최대한 확보해 두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이해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도 금융회사도 가계대출을 스스로 자제할 리 없다. 더 이상 빌려갈 수 없을 때까지 빌려가고 더 이상 빌려줄 수 없을 때까지 빌려주려 할 것이다.
위기상황이 임박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기를 느낄 만큼 위험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선제적 대응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현재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해 보이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가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8년 동안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평균 4.7%였다. 외환위기 이전 8년 동안에는 평균 14.7%였으니,과거에 비해 소득 증가율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소비자들에겐 '잃어버린 10년'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계부채는 지금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벌이는 신통치 않은데 빚만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너무나 분명해진다.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것은 감독당국의 몫이다.
작년 여름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투기지역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를 초과하는 대출은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갚을 능력을 보아가며 대출을 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지침이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았었다. 총부채상환비율의 적용도 부동산 투기지역에만 국한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어야 옳았다. 하지만 감독원으로서는 어쨌든 나름대로의 선제적 대응을 한 셈이었다. 그런데 금년 봄까지도 이 지침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감독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경기회복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선제적 대응 의지를 확고히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4년 전의 카드버블,가계대출 버블과 그 뒤를 이은 소비감소 및 내수침체 과정은 거시경제에 대한 걱정보다 감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경제 전체를 위해 오히려 더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뼈아픈 경험이었다.
지금도 경제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거시경제에 대한 고려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경제는 장차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불평을 듣더라도,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선제적 예방에 묵묵히 힘쓰는 믿음직한 감독당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불속을 뛰어다니는 맹활약은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