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신진시장에서 10여년간 신발가게를 했던 김평록씨(48)는 7개월 전 닭꼬치 가게로 업종을 바꿨다. 재래시장의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가게를 계속 운영할까 망설이던 김씨는 청계천 복원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닭꼬치집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신발가게를 할 때보다 두 배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의류 그릇 채소 생선 등을 팔던 재래시장이 곱창 순대 등의 먹거리 전용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대형 할인점 등의 공세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자 재래시장이 궁여지책으로 먹거리 장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신진시장의 경우 상인들이 합심해 업종을 바꾼 케이스다. 원래는 군화 군복 등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했으나 경기가 나빠지자 올초부터 상인들이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군복 등을 팔던 20여곳 중 16개 점포가 국수 곱창 파전 등을 팔고 있다.

신진시장과 인접한 광장시장의 경우도 먹거리 골목이 확대되고 있다. 광장시장의 한 상인은 " 원래 빈대떡 순대 등 먹거리가 유명하긴 했지만 청계천이 복원된 이후로 그 수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연신내에 위치한 연서시장도 먹거리 타운이 형성돼 옛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 서북부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었던 연서시장은 90년대 이후 대형 쇼핑몰의 등장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야채 건어물 그릇 등을 팔던 가게들이 최근 몇 년 새 족발집 순대집 등으로 업종을 바꾸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연서시장㈜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이 야채가게였으나 100여곳 중 80여곳이 음식점일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의 경우 450여개 매장 중 음식점이 120개 정도 된다. ㈔중앙시장의 유명수 과장은 "과거에는 음식점이 보리밥집 골목과 횟집 골목 등에 집중 돼 있었는데 최근에는 가구점 골목,포목점 골목에도 하나 둘씩 생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지동시장과 용인시 중앙재래시장도 원래 야채 생선 그릇 등을 주로 팔았으나 최근 곱창 순대 등의 먹거리집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근복적인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설봉식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래시장 현대화라는 명목 하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 시설 현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유통이나 경영의 현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처럼 상인들이 음식점 등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 것은 재래시장 현대화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태훈·박신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