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로라하는 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 및 주주와 감독당국의 발언권 강화가 어우러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01년 엔론사태 이후 이사회의 권한이 부쩍 강화되면서 CEO들의 수명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빌 포드 주니어 전 포드자동차 CEO를 비롯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의 피터 돌런 전 CEO,거대 미디어 기업인 비아콤의 톰 프레스톤 전 CEO가 물러났다.

또 이사회 기밀 누설자에 대한 조사 방법을 둘러싸고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는 휴렛팩커드(HP)의 패트리샤 던 회장도 내년 1월 물러나기로 했다.

이들 4명 중 던 회장과 돌런 전 CEO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퇴진을 결정했다.

빌포드와 톰 프레스톤은 자발적으로 사임했으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로부터 퇴임 압력을 받아왔다.

이 경우에서 보듯이 이사회 독립성 및 주주 발언권 강화와 감독당국의 압력 심화가 최근 CEO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특히 2001년 터진 엔론사태 이후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하던 이사회가 CEO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한 시간은 2003년 156시간에서 작년엔 191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이사회가 실질적인 의결기관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회사측은 이에 맞서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500대 기업의 67.6%)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연금 펀드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을 비롯한 주주들의 발언권 강화도 한몫하고 있다.

이 중 헤지펀드는 올해 자신들이 목표했던 50개 기업 중 35개 기업에 이사를 진출시키는 등 부쩍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밖에 엔론사태 이후 감독당국의 회계감독 강화도 CEO들의 수명을 단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