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사장이 경영자로서 스스로 지향하는 모습은 '스페셜라이즈드 제너럴리스트(Specialized Generalist)'다.

우리 말로 표현하면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경영관리 능력도 탁월한 사람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이런 기준에서 황 사장은 스스로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와 자신을 비교해보면 새로운 분야나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열정이나 창의성은 비슷하지만 스티브 잡스에 비해 "조금 덜 미쳤다"는 표현을 썼다.

또 경영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며(반도체 총괄에 한정된 얘기이긴 하지만),나아가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경영 능력에 있어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대가'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비록 뛰어난 실적이 아니더라도 경영자로서 황 사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우선 1년에 150일이 넘는 해외출장을 다니며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당겼다 밀었다 하는 영업솜씨가 탁월하다는 것.여기에 특유의 투자와 신제품을 결정하는 감각도 빼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한마디로 비즈니스와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몇 안되는 경영자라는 것.그렇다고는 해도 황 사장의 이미지가 도회적이고,때로는 귀족적으로까지 보이는 것은 스스로도 불만이다.

스포츠 만능에 음악과 미술에까지 상당한 조예가 있을 정도로 균형잡힌 일상을 갖고 있는 데도 말이다.

황 사장은 이에 대해 "이미지 관리를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만 실제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끔 번잡한 한강대교 아래를 지날 때면 저도 카바이트 등불 아래서 돼지고기 몇점 놓고 소주 한잔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