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옛 동양조선) 등 신생 중견 조선사들이 잇따라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2002~2003년 설립된 후 대형 조선사로부터 수주받은 블록(Block·배의 일부분) 구조물 등을 만들던 이 업체들은 최근 군인공제회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시설 투자를 위한 금융자본 유치에 성공하면서 신조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PP조선은 지난 1월(300억원)과 5월(2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골드만삭스로부터 우선주 형태로 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 같은 외자 유치의 목적은 설비 증설에 필요한 자금조달이다.

SPP조선은 2004년 신조시장에 진출키로 결정한 이후 경남 사천에 제2조선소를 건설하는 한편 선박 수주도 본격화하고 있다.

박상옥 SPP조선 이사는 "골드만삭스 자금은 제2조선소 건설에 투입될 것"이라며 "현재 수주 잔량은 5만TEU급 PC선 등을 주축으로 44척(25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제2조선소 건설을 감안해 수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설립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조선업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성동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3만t급 플로우팅도크와 골리아스크레인 등의 시설 투자자금을 마련하던 중 군인공제회로부터 500억원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2004년 그리스 마마라스사로부터 7만~10만DWT급 벌크선 8척을 수주한 것을 포함,현재 63척(33억9000만달러)의 수준잔고를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유관홍 전 현대중공업 사장을 회장으로 영입하고,100여명의 신입·경력직원을 채용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2010년께 대형유조선(VLCC) 건조에 나설지 여부를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조선사의 블록 하청을 받던 이 업체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함께 신조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것은 조선경기 호황이 밑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요즘 초대형유조선(VLCC) 해양플랜트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생 조선업체들도 대형사들이 외면하는 벌크선이나 5만TEU급 PC선 등을 수주하는 게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 그동안 중소형 선박 수주에 강점을 가진 업체마저도 이제는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생 조선업체의 신조시장 진입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너무 많은 업체들이 신조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향후 불황으로 돌아설 경우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