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멕시코와 칠레의 대표적 경제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한국에선 멕시코와 칠레가 미국과 NAFTA를 맺은 뒤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그 나라 학자들은 FTA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가 14~15일 서울 한국종합무역센터(KWTC)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온 라도 에스퀴벨 멕시코대 교수와 알레잔드로 자라 칠레 중앙은행 선임연구위원을 만나봤다.


제라도 에스퀴벨 멕시코대 교수는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장 교역이나 투자가 늘었을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산업의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했다.

현재 멕시코는 미국의 제2의 무역 상대국이며 미국과 멕시코 간 교역량은 미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에스퀴벨 교수는 'NAFTA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역자유화는 1990년대 지식기반 경제로 변하면서 발생한 노동시장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시켜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증적으로도 NAFTA 체결 이후 수출 관련 일자리가 대거 창출됐으며 전자 및 섬유산업의 경우 줄어들던 일자리가 NAFTA로 인해 회복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NAFTA를 맺은 뒤 잃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오랜기간 보호를 받았던 일부 산업과 농업의 경우 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알레잔드로 자라 칠레 중앙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개방 정책과 제도 개혁을 통해 칠레 경제가 거시경제적인 안정성 유지와 금융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칠레의 경제성장률은 6% 이상이며,1990년대 초 20%대에 달하던 물가상승률도 2000년대 들어 1~4%대에 묶여 있는 등 칠레는 최근 중남미에서 가장 좋은 경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한국에는 미국과 FTA가 맺어지면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는 주장이 있다'는 지적에 "멕시코 등이 NAFTA 이후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NAFTA 전에 아무런 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미 많은 개혁을 해온 만큼 적절한 정부의 감독·규제 수단만 유지한다면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의 경우 미국과의 FTA 이후에도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단기 자본 등에 대해 투자세 같은 제도를 부과하는 등 제한을 두면서 부작용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계 금융자본이 칠레 금융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50% 이상의 은행이 외국계로 개편됐지만 칠레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도 일정 규모의 자본 이상은 유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