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그리고 샘물이 날 때까지."

슈바이처의 말이다.

어릴 때 읽은 위인전 주인공을 인생의 사표로 삼아 20대에 샘물을 일구는 데 성공한 신세대 여성사업가가 있다.

동생과 함께 만든 소박한 온라인 패션쇼핑몰에서 한 달 매출 1억원을 거뜬히 올리는 박희진씨(27).

그는 어려서부터 패션잡지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신간잡지를 살 돈이 없으면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다녀도 꼭 사서 봤을 정도로 일찌감치 옷에 미쳐버렸다.

그의 선천적인 패션마니아 감각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눈에도 띄었다.

어린 제자의 극성과 자질에 반한 선생님은 전근을 가신 후에도 자신이 만든 의상스크랩을 소포로 보내주셨을 정도로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의 격려에 용기백배한 어린 제자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패션감각과 실력을 더욱 키워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하게 된다.

졸업 후 섬유 회사 '썬 스타'에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2년 만에 퇴사했다.

"저만의 패션공부를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과는 다른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남의 밑에서 오래 일을 할 수 없었어요."

자신만의 패션공부를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그녀는 시장의 성화에 못이겨 바로 사업에 '올인'하게 된다.

연습 삼아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을 재료로 만들기 시작한 헤어 액세서리와 코디,패션자료들을 자신이 개설한 카페에 올려놓은 것이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것이다.

투자비 단돈 5만원.

숍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딴 'Beny & Hizzin'.

사이버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동생과 함께 시작한 사업은 액세서리에서 의류,신발에 이르기까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단골 강혜림씨에게 숍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다.

"특이한 액세서리,패션 코디에서 다른 곳에는 없는 패션언어까지 마음에 들어요."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만큼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다.

포장 상자와 가방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다.

고객 한 명마다 자신이 직접 쓴 정성스런 편지까지 담아 함께 보낸다.

"진정한 회원관리는 저희 제품을 사주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곧 회원 분들을 위한 파티나 미팅 주선도 해보고 싶어요."

박 사장의 경영감각은 이미 경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요즈음 박 사장은 백화점 입점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도매상을 통해 오프라인 판매도 하고 있다.

박 사장의 목표는 'Beny & Hizzin'을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 달에 절반은 외국에 나가 새로운 디자인 흐름을 보고 연구합니다. 너무 피곤하지만 저의 관심과 재능을 맘껏 뽐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그녀는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올 가을 멋쟁이가 될 수 있는 코디 하나를 제안했다.

"체크 무늬 재킷에 와이드한 가죽벨트로 포인트를 주고 빈티지한 큰 가죽가방과 부츠를 매치하세요. 하의는 단색 컬러의 단순한 디자인의 스커트나 데님팬츠만으로도 충분히 세련된 자신의 스타일을 느낄 거예요."김지혜(서강대 대학원 경제학)

김보람(숙명여대 경영학)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