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 기술을 이용한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40나노는 두께가 머리카락의 3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인 초미세기술이고, 32기가는 세계 인구 65억명의 5배인 328억개의 메모리 기본소자가 엄지 손톱만한 크기에 집적(集積)된 것이고 보면 이 기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확고한 선도국가임을 과시한 그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기존 반도체 기술의 벽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개념의 CTF(Charge Trap Flash) 기술로 상용화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30나노, 20나노 등 나노기술 혁명과 함께 256기가를 넘어 이른바 테라(기가의 1000배) 시대를 삼성전자가 주도(主導)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0년간 250조원 이상의 시장 창출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지금 세계 반도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990년대는 D램분야 세계 1위에 등극했고, 이후에는 첨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로 이른바 '플러시 러시'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CTF라는 신기술 개발로 테라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우리 기술로 앞으로는 용량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라도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받았다가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생활 자체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하니 생각만 해도 정말 자랑스런 일이다.

이런 성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삼성이 반도체에 승부를 걸었을 당시 정부도 확신하지 못했고 전 세계 경쟁기업들도 한국의 시도가 무모하다고 했지만 결국 성공을 일구어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바로 기업가정신이었다. 지금의 눈부신 성과들은 그 바탕 위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주는 교훈은 실로 크다. 한국경제가 10년, 2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더 나와 새로운 도전과 모험으로 제2, 제3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차세대(次世代) 성장동력이다. 과연 지금의 우리 기업환경은 그러한가.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본다. 기업규제 등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바꾸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