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길 찾은 사람들] 삼성 구조본 마다하고 화장품숍 창업 이춘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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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압구정동이라 할 수 있는 시단에 있는 한 화장품 숍.중국에서 화장품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가야 살 수 있지만 이곳은 이른바 길거리 매장(로드숍)이다.
시단거리에서 유일하다.
화장품업체 카라 카라의 매장이다.
이 회사 이춘우 사장(44)은 "지난 4월 베이징에 1호점을 직영으로 열었고 이달 초 상하이와 산둥성 지난시에서 가맹점 문을 열어 중국 내 매장이 10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시단 매장을 오가는 유동인구만 하루 200명.이곳에서 만난 왕샤오홍(28)은 "집에서 가깝고 저가인데도 품질이 좋아 단골이 됐다"고 얘기한다.
1992년 CJ의 중국지역 전문가로 중국과 연을 맺은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중국마케팅을 한 경력도 갖고 있다.
삼성에서 구조조정본부로 들어오라고 제의했지만 중국으로 건너와 지난해 창업했다.
이 사장은 "대부분 매장의 하루 매출이 4000위안(약 48만원)에 달해 운영비를 건지고 남을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내년까지 중국 전역에 매장을 150개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대륙의 여심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화장품 로드숍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과거에는 TV와 빵 모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길거리 가전 전문 매장이나 제과점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백화점에서 길거리로 나오는 중국의 유통 변화를 읽은 그는 화장품이 한류(韓流)를 타고 쉽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화장품 로드숍을 열었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화장품의 품질과 가격이 같다면 어느 나라 제품을 고를 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중국 여성들은 이영애처럼 되고 싶다며 한국을 꼽습니다."
급증하는 중산층을 겨냥한 것도 효과를 봤다.
백화점의 고가와 할인점 저가의 중간 가격대를 파고 든 것이다.
이 회사 스킨로션 가격은 50위안대.할인점의 20위안보다는 비싸지만 백화점의 150위안대에 비하면 크게 싸다.
광고를 일절 하지 않는 식으로 가격거품을 뺀 덕분이다.
이 사장은 "중국 소비자의 38%가 화장품 광고를 믿지 않는다는 중국보고서도 있다"며 "입소문을 최고의 광고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소문이 퍼지도록 가격뿐 아니라 서비스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중국에서는 화장품을 미리 만지지도 못하게 하지만 카라카라에서는 아예 화장까지 해준다.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직원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다.
입사하면 일주일간 합숙을 하며 예절교육 등을 시킨다.
한류 드라마로 히트를 친 '올인'에서 카지노 딜러에게 예절교육을 시키는 부분을 틀어주며 교육했다.
100위안(약 1만2000원)어치 이상을 산 고객에게는 카드를 발급해 포인트제를 활용하는 등 중국에선 보기 드문 마케팅도 도입했다.
삼성의 중국 내 애니콜 매장을 디자인한 전문가를 동원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객을 끈 것도 주효했다.
중저가이지만 매장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물론 품질보증은 기본이다.
눈썹이 약간 굳어진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듣고 관련 제품을 전량 폐기 처리할 정도다.
현금장사를 통해 '물건을 팔고 돈은 못 받는' 중국사업 최대 리스크도 해결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가맹점과 현금거래를 하지 않으면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많고 현지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도 미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외상거래로 골치 아픈 경우가 허다하다"며 "예외 없이 현금거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관시(關係)도 그의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의 2위 캐시미어 의류업체인 상하이 디아가오는 지난 5월 시단 매장을 둘러보고 3년 내 30개 가맹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 사장은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은 덕에 쉽게 매장을 안내할 수 있었다"며 "관시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되지만 사업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지인이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현지 경쟁사의 방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부서에 힘이 미칠 수 있는 중앙부처 유력인사나 현지 유력인사와의 인맥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지방도시까지 돌며 매장 확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짝퉁에 강한 중국업체가 언제 화장품 로드숍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베껴 추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을 지키려면 스피드로 시장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화장품숍으로 기반을 다진 후 미용 피부관리 등으로 중국 전역에 미용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시단거리에서 유일하다.
화장품업체 카라 카라의 매장이다.
이 회사 이춘우 사장(44)은 "지난 4월 베이징에 1호점을 직영으로 열었고 이달 초 상하이와 산둥성 지난시에서 가맹점 문을 열어 중국 내 매장이 10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시단 매장을 오가는 유동인구만 하루 200명.이곳에서 만난 왕샤오홍(28)은 "집에서 가깝고 저가인데도 품질이 좋아 단골이 됐다"고 얘기한다.
1992년 CJ의 중국지역 전문가로 중국과 연을 맺은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중국마케팅을 한 경력도 갖고 있다.
삼성에서 구조조정본부로 들어오라고 제의했지만 중국으로 건너와 지난해 창업했다.
이 사장은 "대부분 매장의 하루 매출이 4000위안(약 48만원)에 달해 운영비를 건지고 남을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내년까지 중국 전역에 매장을 150개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대륙의 여심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화장품 로드숍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과거에는 TV와 빵 모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길거리 가전 전문 매장이나 제과점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백화점에서 길거리로 나오는 중국의 유통 변화를 읽은 그는 화장품이 한류(韓流)를 타고 쉽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화장품 로드숍을 열었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화장품의 품질과 가격이 같다면 어느 나라 제품을 고를 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중국 여성들은 이영애처럼 되고 싶다며 한국을 꼽습니다."
급증하는 중산층을 겨냥한 것도 효과를 봤다.
백화점의 고가와 할인점 저가의 중간 가격대를 파고 든 것이다.
이 회사 스킨로션 가격은 50위안대.할인점의 20위안보다는 비싸지만 백화점의 150위안대에 비하면 크게 싸다.
광고를 일절 하지 않는 식으로 가격거품을 뺀 덕분이다.
이 사장은 "중국 소비자의 38%가 화장품 광고를 믿지 않는다는 중국보고서도 있다"며 "입소문을 최고의 광고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소문이 퍼지도록 가격뿐 아니라 서비스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중국에서는 화장품을 미리 만지지도 못하게 하지만 카라카라에서는 아예 화장까지 해준다.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직원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다.
입사하면 일주일간 합숙을 하며 예절교육 등을 시킨다.
한류 드라마로 히트를 친 '올인'에서 카지노 딜러에게 예절교육을 시키는 부분을 틀어주며 교육했다.
100위안(약 1만2000원)어치 이상을 산 고객에게는 카드를 발급해 포인트제를 활용하는 등 중국에선 보기 드문 마케팅도 도입했다.
삼성의 중국 내 애니콜 매장을 디자인한 전문가를 동원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객을 끈 것도 주효했다.
중저가이지만 매장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물론 품질보증은 기본이다.
눈썹이 약간 굳어진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듣고 관련 제품을 전량 폐기 처리할 정도다.
현금장사를 통해 '물건을 팔고 돈은 못 받는' 중국사업 최대 리스크도 해결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가맹점과 현금거래를 하지 않으면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많고 현지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도 미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외상거래로 골치 아픈 경우가 허다하다"며 "예외 없이 현금거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관시(關係)도 그의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의 2위 캐시미어 의류업체인 상하이 디아가오는 지난 5월 시단 매장을 둘러보고 3년 내 30개 가맹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 사장은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은 덕에 쉽게 매장을 안내할 수 있었다"며 "관시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되지만 사업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지인이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현지 경쟁사의 방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부서에 힘이 미칠 수 있는 중앙부처 유력인사나 현지 유력인사와의 인맥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지방도시까지 돌며 매장 확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짝퉁에 강한 중국업체가 언제 화장품 로드숍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베껴 추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을 지키려면 스피드로 시장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화장품숍으로 기반을 다진 후 미용 피부관리 등으로 중국 전역에 미용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