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워드(K word)'는 없다."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K 워드'는 개성공단(Kaesung)을 뜻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아예 협상에서 다루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미국측이 개성공단 제품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 이처럼 완고한 자세로 나오면서 이번 3차 협상에서 커다란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특히 미국이 섬유분야에서 60% 이상의 품목을 예외로 분류하는 등 예상보다 더 보수적인 안을 내놓자 '올해 말까지 협상을 끝내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추측이 한국측 협상단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 배제하고 싶다"

커틀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개성공단을 'K워드'라고 불렀다.

농담 성격도 없지 않지만 이는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조차 하기 싫다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커틀러 대표는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의 무역을 다루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는 어떤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개성문제는 결말이 날 단계는 아니고 일단 실무적인 차원에서 논리를 계속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의 해결은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미,자동차 의약품 농업 강조

커틀러 대표는 과거부터 집요하게 개방을 요구해온 의약품 자동차 농산물 분야를 주요 관심사로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도전과제를 묻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의약품 자동차 농산물 위생검역 등 4가지를 지목한 것.지목한 과제는 4가지이지만 위생검역의 경우 수입위생 절차 등 농산물 수출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교역 분야로는 3가지인 셈이다.

커틀러 대표는 "농산물은 관세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쿼터제 등 시장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에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각종 차별적인 세금,여러 가지 불투명성 등 비관세 장벽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의 경우도 "의약품 건강보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에 대한 세부사항을 FTA협상을 통해 다룬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막후 협상 제대로 될까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김 대표와 커틀러 대표는 오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숙소인 시애틀 시내 웨스틴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겸해 막후 접촉을 가졌다.

각각 수석대표를 포함해 4명씩이 참여했다.

협상단 관계자는 "시한이 정해진 협상인데도 입장차가 커 양쪽 다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면서 "다만 식당이 시끄러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깊숙한 의견 교환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두 수석대표는 협상 중간에 계속해서 이 같은 접촉기회를 가질 계획이지만 양측 입장이 너무 첨예해 막후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시애틀=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