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炳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얼마 전에 있었던 독도를 둘러싼 신경전에 이어 일본과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강행하여 한강 이북이 중국영토였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물을 내놓았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그것이 하나의 학술연구라고 얼버무리지만 연구가 국책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일로 보이지 않는다.

인접 국가란 가깝고도 먼 사이인 것이 진리인 모양이다.

새삼 국력배양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오늘날의 국력은 경제력이다.

2005년도 한국의 경제력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이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각각 세계 2위와 6위이다.

규모로 보면 우리보다 대략 6배와 3배가 더 많다.

경제력을 GDP 수준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60년대 초부터 약 30년을 연 평균 9%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던 경제가 근래에 들어서는 잠재성장률이 5% 내외로 떨어진 상태이다.

(경제학에서는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GDP 수준을 잠재GDP라고 하고 그 증가율을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이라고 부른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력은 잠재성장률의 향방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그 방향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하향(下向) 추세를 갖는다.

그러나 주5일제 같은 인위적 요인에 의한 하락도 있듯이 노력에 따라 성장률을 높이거나 적어도 하락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그렇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적자원의 개선을 통한 기술진보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선진경제로 가는 핵심은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잠재성장률을 떠받쳐주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우리의 교육정책이다.

수십년을 이리저리 바꾸어 왔지만 현 제도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적어도 필자 주변에는 없다.

고등학교 문과 학생들은 이제 미적분(微積分)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온다.

가장 중요한 수학의 한 분야가 송두리째 빠진 것이다.

쉬운 수능문제에만 매달려 문제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해결하는 능력도 많이 저하되었다.

원리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의 기술을 더 궁금해하는 버릇도 늘었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기에 공산품처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어떤 사람은 글짓기에 능하고 어떤 사람은 암기를 잘한다.

IQ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그러므로 평준화교육은 재능 있는 학생들을 역(逆)차별하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웬만한 박사과정은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학위 취득 후 미국에 머물러 첨단분야에 종사한다.

다른 선진국들도 대체로 상황이 비슷하다고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형편이 못된다.

우리가 키우지 않으면 외국 두뇌로 부족함을 메울 길이 없다.

그러기에 현재의 평준화 정책은 절실한 인재양성을 대책도 없이 저해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평준화의 명분으로 공교육 살리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시스템의 개혁이 바른길일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 수준이 천차만별인 교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수준별 교육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강단에 서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선생님들의 질을 높이고 교육 열정에 대한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조속하고 가시적인 내부개혁이 없으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교육학계의 원로(元老)라고 한다.

평소에 합리적인 생각을 지닌 분이라고 하니 교육을 바로잡는 일에 소신을 펼쳐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