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壹鏞 < 한양대의료원 원장 choiiy@hanyang.ac.kr >

히포크라테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인 BC 460년께 그리스의 키오스에서 활동한 기하학자이자 의학자였다.

당시 고대인들의 의학은 기본적으로 육체와 정신을 하나로 보아 '죄에 대한 벌'로 질병을 보는 도덕적 질병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비해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을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질병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고,병의 진행을 정확히 기록하고 예측하는 일을 중시하였다.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은 이른바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남아 있다.

이 전집은 오랫동안 의학의 최고 경전으로 칭송 받아왔으며,의학적 문제들에 대한 정보 외에도 의학교수와 그 학생들을 위한 행동원칙에 대한 강령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강령의 일부분은 히포크라테스 학파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전달되었고 수세대에 걸쳐 '히포크라테스 선서(宣誓)'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의사가 의학도들에게,그리고 학생이 스승에게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의사의 맹세로서 자신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만을 행하고 해(害)가 되거나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으며,개인으로서 그리고 전문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의료 행위에 대한 히포크라테스의 숭고한 직업정신이 본보기로 통하고 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의사의 길을 가는 이들은 꼭 한번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하게 된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의 의사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능수능란한 말솜씨를 중요하게 여겼다.

질병을 신(神)들과 연결시켜 환자의 의학적 무지(無知)와 두려움을 이용했다.

지금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하는 것은 히포크라테스가 바로 그러한 의사들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신분을 초월하여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과 경험적이고 체계적인 의학 연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의술을 상업화하여 의료행위를 수익사업의 한 수단으로 삼는 소수의 의사들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비난 받고 있다.

불법 의료행위 의사보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양심적인 의사들이 입는 정신적 상처와 자괴감이 더 크며, 가끔 환자들의 의심에 찬 눈초리가 회초리가 되어 날아온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말은 '의사들의 인생은 짧지만 의술은 계속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과대학 졸업 때 선언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정년(停年)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때 다시금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