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31일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단언했다.

역대 부동산정책 중 가장 강력하다는 '8·31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다.

8·31대책은 청와대를 비롯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부처가 총동원돼 정권의 사활을 걸다시피 해서 만든 부동산 규제정책의 '종합선물세트'였다.

부유층을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등과 함께 1가구 2주택자까지 징벌적 성격의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 포함시켜 시장경제에 거스른다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집값은 잡지 못하고 시장만 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실제 최우선 목표였던 집값은 1년 사이에 오히려 더 올랐다.

건교부가 31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집값은 지난 1년간 서울은 9.7%,전국적으로는 5.5% 상승했다.

특히 강남권 집값 상승률은 12.2%나 된다.

정부 스스로 실효성이 없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8·31 이후 시장은 거래부진으로 고사위기에 놓였고,강남과 강북간 집값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특히 지방 건설시장은 아예 붕괴 일보직전이다.

시장경제에 역행한 대가라지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화자찬'일색이다.

집값만 해도 8·31 이후에 잠시 불안했지만 보완책인 3·30대책이 나온 이후부터는 강남3구의 실거래가는 14.4%,5개 신도시는 16.5% 하락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8·31대책의 성과를 치장하기 위한 '견강부회(牽强附會)'라며 일축하고 있다.

정부가 '믿고 싶은' 성과를 부풀리는 동안 전국에는 사행성 투기가 판치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정책을 내놓았던 참여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8·31대책은 사행성 도박산업에 더 필요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볼 일이다.

이정선 건설부동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