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초청된 가운데 28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는 정부가 9월 중에 내놓기로 한 기업규제 개선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권 부총리는 주제발표를 통해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법률 금융 조세 행정 등 여러가지 영역의 규제를 '씨줄'과 '날줄'로 칸을 만들어 개선 영역을 찾아 낼 것"이라며 기업 규제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적인 무한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스타 기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규제완화를 단행해야 한다"며 규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또 기업규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재경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송대희 감사원 평가연구원장=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이승엽 박지성 같은 글로벌 스타를 기업에서도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각종 규제나 공정거래법을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 개념이 없고 국내라는 좁은 시각에서 '누가 크냐,누가 앞장서냐'를 따지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수도권 규제 문제도 어떻게 글로벌 스타 기업을 육성하는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각종 규제도 양적 규제에서 질적 규제로 가야 한다.

▲권오규 부총리=전적으로 공감한다.

규제 문제에 대해서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측면은 '물리적 규제'와 '시장친화적 규제'다.

앞으로 물리적 규제는 가급적 줄이고 시장친화적 규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원장=참여정부 들어 지역균형개발을 강조하면서 지방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많아졌다.

그런데 지방의 재정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장치가 미흡하다.

▲권 부총리=지방에 대한 재정지원은 대개 교부금과 지방세다.

이 중 교부금은 과거에는 인구 수를 기준으로 나눠줬는데 지금은 각종 정책수행 실적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지방 정부의 재정지출에 대한 통제를 조금 강화했다.

▲최흥식 금융연구원장=경제전반적으로 보면 심리적으로나 지표상으로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질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환경 개선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하지만 재경부가 과연 이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 부총리=내년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 같다.

대략 4%대 중반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행히 교역조건 악화가 올해보단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4%중반 성장을 하더라도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직결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올해(1.5% 예상)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리정책과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 수단 면에서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재경부가 처한 상황이 여러가지로 어렵다.

하지만 정책 내용에서 선제적으로 아젠다를 제시하고 조율해 나가면 재경부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건영 중부대 총장=적정한 수준의 수도권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정 기능은 지방으로 분산하되 경제기능은 수도권으로 집중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자칫 또 다른 수도권 난개발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권 부총리=기업도시나 혁신도시 등의 정책을 보면 경제기능도 꽤 지방으로 분산되고 있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수도권의 여러가지 규제 완화책도 공장총량제 등의 범위 이내에서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부처 내 협의와 조정도 중요하지만,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상당히 크다.

재계와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유착'이라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정부와 재계가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政)-경(經) 협력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정리=차병석.김동윤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