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초심'을 화두로 던지고 공급자 중심의 경영 관행 탈피를 주문하고 나서 화제다.

구 회장은 24∼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가진 '글로벌 CEO 전략회의'서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씩 혁신해가면서 고객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1994년 시작돼 매년 한 차례 열리는 글로벌 CEO전략회의는 계열사 CEO와 주요 해외법인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LG 그룹의 최대 전략회의.올해 회의에는 구 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김반석 LG화학 사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략회의는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전략회의 석상에서 질책보다는 주로 격려를 해온 구 회장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단기실적에 급급해하는 일부 계열사의 경영관행을 지적하며 '심기일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가 지향하는 최고의 경영목표는 고객가치 혁신인데 최근 단기실적에 연연하면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소홀히 하는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고객중심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으나 아직도 공급자 중심의 생각으로 경영을 하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일부 CEO들이 아직도 매출과 손익 등 당장 눈에 드러나는 성과는 열심히 챙기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 고객가치를 높이는 데는 소홀히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10여년 이상 지속돼 온 글로벌 CEO전략회의 방식에도 전격적 변화를 가져왔다.

1박2일간의 일정 중 첫 날은 전문가 강연 중심으로,둘째 날은 몇몇 계열사 CEO들의 주제발표로 이어지던 기존의 진행 방식을 올해부터는 참가 CEO들의'난상토론장'으로 바꾼 것.이로 인해 올해 전략회의 참석 경영진들은 무려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과 야간토론으로 어느 해보다 긴장된 1박2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구 회장은 첫날 회의 후 가진 만찬에서 일일이 계열사 사장단 및 사업본부장들에게 술잔을 건네며 재차 '고객가치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LG전자 한 고위임원은 "평소 '열심히 하자' '잘 하고 있다'는 등 격려성 얘기로 만찬 분위기를 편하게 이끄시는 편인데 올해는 남달리 내부 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 사장들이 느끼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경영화두로 제시한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계열사 CEO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예년보다 좀 더 강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