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는 가짜 금목걸이가 반짝이고,귀에는 커다란 귀고리가 나풀대고,트레이닝복에 흰 운동화를 신고,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야구모자를 쓰고 있다면 '차브(Chav)족'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2년 전,영국에서 처음 나타난 차브족은 '내맘대로 사는 삶'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10~20대인 이들은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유치하면 어떠냐'는 식이어서 우리로 치면 '건달문화' '날라리문화'라 할 만하다.

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도 피면서 폭력에 연루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올해 '차브'라는 단어를 새로 추가한 콜린스 영어사전이 차브를 "캐주얼복장을 하고서 노동일을 하는 젊은이"라고 점잖게 풀이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차브는 영국의 인기 코미디 프로인 '리틀 브리튼'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그 어원에 대해서는 추측이 구구하다.

아이를 뜻하는 집시 언어 'Chavi'에서,또는 반항적인 젊은 광부들을 사투리로 불렀던 'Charva'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가 하면 '공공임대주택에 살며 폭력을 일삼는 (council- housed and violent)'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저급문화를 쫓는 차브족들이 뜻밖에도 명품 브랜드의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차브족들이 샴페인을 즐겨 마시고 버버리의 격자무늬 패션을 선호하면서 샴페인과 버버리가 이들의 새로운 상징으로 등장하자,생산업체들이 곤경에 빠진 것이다.

실제 매출이 급감하고 고급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다 못한 버버리회사는 격자무늬 야구모자의 생산을 아예 중단해 버리기까지 했다.

따지고 보면 차브족은 1970년대에 유행하면서 '촌티문화'로 불렸던 '키치(Kitsch)족'의 연장선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새롭게 출현하는 '족(族)'들은 강력한 미디어의 힘에 실려 갈수록 확산속도와 범위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족이 어떤 산업의 암초가 될지 궁금하면서 한편으론 무분별한 문화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