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총자산 규모가 산업은행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은행의 자산 규모는 산업은행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대기업 금융시장이 정체 양상을 보이지만 중소기업 금융시장은 급성장하는 덕분이다.

기업은행의 '덩치'가 연내에 산업은행보다도 더 커질 수 있을까.



◆ 산업은행 추월할까

기업은행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총자산이 10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창립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벽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04년 말의 총자산(77조6068억원)과 비교해 1년6개월 만에 22.8% 늘어났다.

반면 산업은행의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상반기 말 총자산이 117조3787억원으로 2004년 말(108조6584억원)보다 증가하기는 했다.

하지만 증가율은 7.4%에 머물렀다.

산업은행의 경우 2005년 이후 지난 1분기 말까지 분기별 총자산이 112조∼114조원 사이에서 횡보세를 보이다가 상반기 말이 돼서야 117조원으로 늘어난 것.이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연내에 기업은행의 총자산이 산업은행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기업은행의 자산 규모가 산업은행 수준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기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200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은행의 총자산은 54조6097억원으로 산업은행(81조3091억원)의 67.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 소비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24조2000억원 늘어났다.

◆ 국책은행의 역할 변화 관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반기 중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 금융연구원의 '국책은행 발전방향 보고서'가 어떤 형태로 산업은행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아줄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를 통해 종합 금융그룹으로 발전한 싱가포르 DBS의 발전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부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행내·외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연내 재정경제부 보유지분 15.7%의 매각이 예정돼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 전문 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이 민영화를 통해 '국책'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