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 허브를 노리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잇따른 전산 사고에 이어 법정 소송에 말려들게 돼 신뢰도에 금이가고 있다.

게다가 외국 회사들이 줄줄이 상장을 폐지하고 떠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미즈호증권의 주식 주문 실수 사건과 관련해 404억엔의 손해 배상을 요구받았다고 22일 발표했다.

니시무로 타이조 도쿄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미즈호증권측은 9월15일까지 지불하지 않을 경우 민사 소송을 내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8일 미즈호증권은 도쿄증시 마더스시장에 상장된 제이콤 주식 매매 과정에서 대량 주문을 잘못낸 뒤 곧바로 취소했다.

당일 신규 상장한 제이콤 주식을 담당자가 '61만엔에 1주 매각' 주문을 내려다가 실수로 '1엔에 61만주 매각'으로 발주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전산 시스템 장해로 인해 취소 주문이 즉각 작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회사측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11월 초에도 증권거래소 시스템에 부하가 걸려 주식 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대형 사고도 발생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외국회사들은 2001년 IBM 및 모토로라를 시작으로 주식 거래 부진과 비싼 유지 비용을 이유로 잇따라 도쿄증시를 떠나 아시아 대표 증권거래소의 체면이 구겨졌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서 외국회사 주식을 거래하기 쉬워지면서 도쿄증시 이용자가 줄어들었고 매년 5000만엔가량 들어가는 상장 유지 비용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회사는 1991년 127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해마다 줄어 현재 24개 만 남은 상태다.

이에 따라 2009년을 목표로 해온 도쿄증권거래소 기업 공개와 한국 등 아시아 각국 증권거래소와의 제휴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련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협의한 상호 지분 교환과 교차 상장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