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成容 < 베인앤컴퍼니 한국대표 >

중국 하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전자레인지의 절반과 텔레비전의 3분의 1을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에서조차 경제의 축이 점차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중국 국내총생산 증가분의 93%가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서비스부문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비스 기반 산업은 이미 상하이 경제의 50%를 차지한다.

제조 기반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요소를 중국에 수출해 호황을 누려온 한국업체에 경종(警鐘)을 울릴 만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중국 수출에 주력한 한국 업체들은 속히 신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서비스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부문의 5년간 매출 성장률은 제품 매출 성장률의 2배에 달한다.

이익 기준으로는 2배 이상 높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제품 기반 사업만 고집할 것인가,아니면 관련 서비스 분야로 진출을 모색할 것인가는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령 자동차 업체가 자동차 할부 금융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엘리베이터 제조업체가 엘리베이터 수리 보수를 발판으로 빌딩 관리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것,조선 업체가 제조 공정 관련 컨설팅에 진출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문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공 요인(要因)이 같지 않으며 서비스업에 진출해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의 성패는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지만 특히 제조업을 하던 기업이 서비스업으로 진출할 때는 더욱 어렵다.

최근 베인앤컴퍼니가 전 세계 제조업체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제품 중심의 기업 중 21%만이 자사의 서비스 전략이 지속적이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분명 제조업 기반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있으며 이들은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HP, IBM, GE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한국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 일단 기존 제품이 경쟁력(競爭力)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연관된 서비스업을 해야지 부실한 제품을 감추기 위한 포장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베인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성과가 저조한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이 실패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배나 높다.

시장에서 1등 하는 제품과 연관된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둘째, 큰 욕심을 내지 말고 단계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으면 말만이 아니라 진짜로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 한두 가지에 먼저 진출하고 차차 그 범위를 넓혀나가는 전술이 중요하다.

셋째, 제조업 전문인력과 서비스업 전문인력은 다르다.

제품 부문 전문성을 서비스 부문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가령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진출한다면서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로 임원진을 구성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외부 금융 전문가들을 영입(迎入)하고 필요하다면 국내외 금융전문 기업과 제휴를 맺는 것이 좋다.

지난 10년간 서구의 제조업체들은 관련 고부가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많은 수익을 거뒀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아직도 이렇게 매력적인 부문으로 진출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순수 제조업 기반만을 고집하고 싶어도 원가가 싼 중국 베트남 등지로 제조업 기반의 상당부분이 옮겨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국내에서의 제조원가는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제조업체라면 지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제조업에 기반한 고부가 서비스 사업에 주목하라.그곳에 새로운 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