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의 졸속·부실·편법 심의에 금품로비,청탁압력까지….'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게임이 전국을 휩쓸게 된 근저에는 이들 게임을 심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부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등위의 아케이드게임 심의 기준은 사행성이 지나쳐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이용불가 결정을 내리거나 등급 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심의에선 이 같은 심의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편법·졸속 심의가 많았다는 것이 전임 심의위원들의 증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결여.지난해 1월 아케이드 게임 전임위원으로 위촉된 유청산씨(34)는 "당시 4명의 신임 위원 중 1명만 게임기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었을 뿐이어서 기존 위원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이 전문성에 기반한 다수결이라기보다 업계나 게임시장을 아는 몇몇 위원들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등위는 성과 연령을 고려해 소위를 구성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아케이드게임 소위는 30~40대로만 구성돼 있다.

역시 영등위 위원을 지낸 김혁씨(42)는 "심의는 아케이드 게임시장을 잘 안다는 위원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지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또 "소위 위원들이 회의가 시작한 뒤에 오거나,회의가 끝나기 전에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날 다룬 모든 게임의 심의에 서명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심의가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심의를 신청하는 성인용 게임이 폭증하면서 심의 물량이 적체된 데다 심의마저 편법·졸속으로 진행돼 사행성 게임의 횡행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