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남편이고 노조는 아내다.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고 아내는 남편을 믿고 살림을 잘 꾸려야 한다."

지난 8일 ㈜코오롱 경북 구미공장 노동조합 사무실.2년 전 64일간의 파업 이후 해고자 복직 투쟁이 이어지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이 사무실에 오랜 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영호 ㈜코오롱 사장이 1988년 노조 설립 이후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

배 사장은 최근 당선된 김홍열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와 만난 자리에서 특유의 노사 부부론을 설파했다.

"남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와도 부인이 남편을 의심하고 밖으로만 나돌면 집안이 잘 될 수 없다"는 게 노사 부부론의 핵심.배 사장은 "경영진이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테니 노조도 회사를 믿고 '턴어라운드'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도 "집안 살림은 노조와 공장이 알아서 할테니 경영진은 돈을 많이 벌어다 달라"고 화답했다.

배 사장은 '회사의 경쟁력을 살려 고용안정을 확보하자'는 코오롱 노조의 대변신을 끌어낸 산파역 중 한 명이다.

지난 6개월간 공장을 14번 방문해 일반 조합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지금 우리 회사는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동에 나온 상태다.

퇴원을 하면 등산도 할 수 있지만 우선은 미음을 먹으며 체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사업이 잘 되면 지금의 희생을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