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 강력한 경제 회복세를 바탕으로 "독일은 더 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또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좌파정책 복귀' 요구를 일축했다.

메르켈 총리는 여름 휴가를 갔다 온 후 처음으로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호전된 경제 지표를 언급하며 "독일 경제가 전환점을 돌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주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5년 만의 최고치인 0.9%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실업률도 메르켈 총리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9.5%였던 독일의 실업률은 지난 6월 8.2%까지 떨어졌다.

4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메르켈 총리는 세계경기 회복과 함께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전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경제 개혁 등이 경제 회생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그동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직된 노동 시장을 개혁하지 못해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는 조롱을 받아 왔다.

메르켈 총리는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내 좌파의 친시장 정책 비판에 대해 일침을 놨다. 그는 "가장 큰 거짓말은 독일은 변화가 필요 없다거나 아주 제한적인 변화만 필요하다는 주장"이라며 "세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는 필수적이며 (시장에서) 자유의 제한보다는 확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최근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의 부총재 위르겐 뤼트거스 북라인-베스트팔리아주 주지사는 "세금 감면으로 더 많은 투자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당이 '자본가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라이프치히 합의는 기민당의 장래에 중대한 이정표"라며 지속적인 개혁 의지를 분명히했다.

라이프치히 합의는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이 2003년 마련하고 기민당 등이 지지한 정책으로 복지를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38.7%인 법인세율을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29.2%로 낮추기로 하는 민간 투자활성화 대책과 신규 채용자에 대한 자유해고 기간을 6개월에서 24개월로 연장키로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개혁 정책과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민당의 지지도는 31%, 메르켈 총리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37%로 작년 11월 취임 이후 바닥 수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민당 전통 세력은 지지율 하락을 친시장 개혁 때문이라고 보는 반면 시장주의자들은 총리의 개혁 정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